합수단, 현대중공업 잠수함 비리 직원 구속 기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권인경 인턴기자]
해군 잠수함 도입 비리와 관련한 예비역 장교 출신인 현대중공업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일 방사청 잠수함사업팀 담당자였던 성모(45)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성씨는 2006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방사청 잠수함사업팀 소속 현장관리와 기술지원을 담당하며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잠수함 3척 중 정지함과 안중근함의 시운전을 면제해주고 손원일함 등의 연료전지 문제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7월 정지함에 설치할 위성통신 안테나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물이 새는 등 문제를 발견했다. 이를 수리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안테나 제작사로 장비를 반송했지만 인수 예정일까지 수리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현대중공업은 인수 예정일을 넘기면 1일당 5억8435만원의 지체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군 장성 출신인 임모(68) 전 현대중공업 상무 등은 성씨에게 "인수 예정 기일까지 위성통신 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으니 이 장비에 대한 시운전평가를 면제 해달라"고 요청했다. 성씨는 잠수함사업팀장 등과 상의한 끝에 방사청 법무지원팀에 "장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해당 장비 공급에 대한 납품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계약이 파기되면 군 위성통신체계 개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인수시운전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하지만 법무지원팀은 "국익에 도움이 되고 업체에 특혜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성씨는 국발기술품질원과 함정계약팀 등 관련 기관과 부서들로부터 모두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성씨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잠수함사업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형상통제 제도'를 이용해 현대중공업의 요청을 들어줬다. 성씨 등 잠수함사업팀은 법무지원팀과 함정계약팀 등 관련 부서를 모두 배제하고 시운전평가 면제를 결정했다. 이후 위성통신 장비에 문제가 생긴 안중근함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시운전평가를 면제해줬다.
또 성씨는 손원일함과 정지함, 안중근함의 연료전지가 갑자기 멈추는 현상을 발견했는데도 묵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손원일함은 인수시운전 과정에서부터 16차례, 정지함은 43차례, 안중근함은 63차례 연료전지가 멈췄다.
성씨는 당시 인수시운전을 총괄하는 임모(57·구속기소) 전 해군 대령과 임 전 상무 등이 연료전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잠수함에 있는 연료전지로 갈아 끼워 인수시운전을 계속하는 등 미봉책으로 진행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합수단은 잠수함 인수와 관련, 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임 전 대령을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임 전 대령이 전역한 지 이틀만인 2010년 3월2일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점을 토대로 특혜의 배경에 '전역 후 취업' 대가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