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중국 드라마에서 한국 배우 4명이나 써줬으니 상 줘야죠.”
‘한중 협력 드라마’라는 말이 무색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심장부인 국회의사당 내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흘러나온 진행자의 멘트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무신 조자룡’ 청리둥 감독에게 쏟아진 박수의 빛이 바랜 순간이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15년 글로벌 관광융복합산업 국회컨퍼런스’ 일환으로 열린 한중협력드라마 ‘무신 조자룡’ 시사회가 개최됐다. 5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이 투입된 대작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규모에 비해 행사 진행은 엉성했다. 애초 간단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배우 김정훈은 갑작스러운 촬영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윤아는 본래 참석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청리동 감독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반쪽짜리 기자간담회가 되어버린 것. 여의도 한가운데에서 중국 감독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 사진=㈜아이리스 팜 제공 |
행사 관계자는 김정훈 불참 공지를 행사 시작 직전 기자 개개인에 통보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사정이 있어서 김정훈이 참석 못 하니 양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김정훈 측 역시 “갑작스럽게 촬영 일정이 생겨 오전 일정인 시상식만 참여하고 어쩔 수 없이 불참했다”며 사과했다.
이후 청리둥 감독과 기자회견이 진행됐으나 대답 대부분이 ‘기승전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진행자가 드라마 제작 이유를 묻자 통역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게 됐다. 내용 중 삼국지 조자룡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드라마를 제작하게 됐다”며 “박 대통령이 조자룡을 상상하고 읽으면서 심장도 빨리 뛰고 부끄러워했다고 하더라. (박 대통령이) 본인의 첫사랑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농담 삼아 얘기했다”는 대답을 내놨다.
↑ 사진=최윤나 기자 |
또한 한국 스타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시아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조자룡을 좋아해 한국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감독이 대한민국 국회 중심에 서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다소 질문의 맥과 어긋나는 걸 감수하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기기 오작동이나 통역 실수도 잇따랐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에 참석자 일부는 행사 도중 문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엄청난 규모의 한중합작품을 처음 내보이는 자리답지 않은 미숙한 진행이었다.
↑ 사진=최윤나 기자 |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진행자의 클로징 코멘트였다. 그는 모든 행사를 마치면서 ‘중국 드라마에 한국 배우들이 캐스팅된 건 상 줘야하는 일’이라는 내용의 발언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 말 한마디는 협력 관계가 아닌 마치 캐스팅 은혜를 입은 듯한 묘한 뉘앙스를 형성했다.
게다가 출연진과 감독이 실제 오전에 치러진 ‘2015 글로벌 럭셔리 어워즈’에서 상을 탔다는 사실은 넌센스였다. 이날 오전에는 ‘무신 조자룡’ 팀이 수상자로 포함된 시상식이 진행됐다. ‘2015년 글로벌 럭셔리 어워즈’ 문화협력부문에 윤아, 김정훈, 고나은, 권도희가 이름을 올렸고, 국제협력 부문에 청리둥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 국경을 허물고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이뤄낸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한 뒷맛이 남는 상황이었다.
‘무신 조자룡’은 영웅 조자룡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극이다. 윤아는 주인공 조자룡의 연인 하후경이역에, 김정훈은 조자룡의 라이벌 이식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중국 후난위성TV통해 올 하반기 중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