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많은 관객들이 ‘코인라커’를 봐줬으면 좋겠다. 정말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이 열심히 만든 작품이며, 그들이 있기에 우리(배우)가 있는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찌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숨만 나온다.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대부분 그를 향한 비난이 전부이다. 영화 ‘코인라커’ 속 상필을 보는 보통의 시각이다.
‘코인라커’는 김태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이영훈, 손여은, 정욱, 편보승 등이 출연했다. 가정을 버린 남편, 자폐증세가 있는 아이, 엄청난 빚이 전부인 아내 연의 상황이 가장 두드러지지만, 남편 상필이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서 관객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하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를 이해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 사진=스틸 |
‘코인라커’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약 4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 촉박했던 촬영 스케줄과는 반대로 개봉까진 엄청난 시간이 소비됐고,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체념할 때쯤 개봉을 확정 뒤늦게나마 빛을 발하게 됐다. 더욱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까지 누려 늦은 개봉에도 의미가 있다.
“열심히 촬영하고도 개봉을 하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기에, 또한 촬영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다보니 사실 ‘코인라커’에 대해 잊은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 초청과 개봉에 대한 실감보다는 약간 멍했다. 정신을 차린 후 생각해보니 뒤늦게나마 개봉돼 정말 좋았고 4년 전의 연기라 보면서도 부족하고 부끄러운 부분이 많더라. (웃음) VIP 시사회 후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을 감독님을 안아드렸다. 정말 고생이 많으셨을 것이다. 난 개봉 그 자체로도 행복하고 만족한다. 또한 배우로서 레드카펫을 밝는다는 건 빛을 낼 수 있는 공간에 있다는 게 아니냐. 수상의 여부를 떠나 정말 즐거웠다.”
4년 후 비로소 개봉된 ‘코인라커’. 이영훈은 “부끄럽고,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고 과거의 연기에 대해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충분히 찌질했고, 충분히 못난 가장으로 제몫을 해냈다. 본인은 어색했다지만 관객 입장에선 답답하고 분노까지 유발해, 말 그대로 매우 현실적이게 상필을 표현했다는 평이다. 관객들의 욕을 듣는 것 역시 그 만큼 잘 소화했다는 셈이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욕을 들었다. 만수무강할 것 같다. (웃음) ‘코인라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아빠 역이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그런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게 내겐 조금 부담스럽더라. 그러면서도 처음 도전하는 연기라 잘하고 싶었다. ‘무거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이번 연기를 통해 감정연기가 더 편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지금은 무거운 감정들을 던져 연기함에 있어 더 편해졌고, 난 오히려 가벼운 연기가 더 어렵더라.”
라디오를 통해 공개됐듯 낯을 가리는 손여은을 위해 이영훈이 먼저 손을 내밀어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코인라커’에서 부부로 등장하지만 애정보단 애증의 관계에 더 가깝다. 친하게는 지내야겠지만 배역을 위한 감정 몰입을 위해 약간의 벽도 필요했을 것이다.
“초반에는 친해지기 위해 정말 많이 장난을 쳤다. 다른 작품에선 짝사랑 또는 멜로였기에 여배우와 호흡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코인라커’에선 멀어져야만 했다. 배역에 대한 감정을 이어가야 됐기에 중반부터는 조금 멀리하려고 했다. 나 빼고 다들 붙어 있어 외로웠다. (웃음)”
↑ 사진=포스터 |
“독립영화에 많이 출연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상업영화에도 출연했는데 주로 센 역만을 맡아왔다. 난 다양한 역을 연기해보고 싶다. 촬영할 때 현장에서 느끼는 쾌감 덕분에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나 스스로 캐릭터의 감정을 느껴 연기가 아닌 감정을 표출할 때 이를 모니터로 보면 눈물이 나더라. 이런 느낌 때문에 연기가 계속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관객과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우선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뵐 것이다.”
인터뷰 내내 ‘코인라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이영훈은 유독 자신의 연기에는 냉정했다. 4년이 지난 연기임을 감안함에도 “어색했다” “아쉽다”를 연발했다. 엄청난 연기 열정이 돋보인다.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오히려 지금 상필을 연기했다면 더욱 다양한 감정을 선보였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웃음) 그럼에도 많은 관객들이 ‘코인라커’를 봤으면 좋겠다. 배우와 감독, 제작진 모두가 정말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제작진을 위해서라도 많이 봤으면 한다.”
이영훈은 한국에서의 활동은 다소 뜸했지만 근 2년 동안 중국에서 꾸준히 활동을 준비했다. ‘코인라커’의 홍보 일정을 마친 후 그는 다시 중국으로 이동해 활동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활동이 뜸해서였지 난 여전히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활동을 준비했다. 중국으로 간 후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할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놀랐고 많은 것을 느꼈다.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