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보근(c-company 제공) |
박혜경은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 산리툰에 있는 인터내셔널 카페 '그루브(groove)'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무대를 꾸몄다. 그의 중국어 싱글 '안녕'을 들려주는 자리였다. 이 노래는 6월 중 중국에서 정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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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앞쪽에 자리잡은 취재석을 제외하면 일반 카페 손님과 일부 팬들이 뒤섞였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사람들의 저마다 대화 소리가 시끄럽다. 그의 음악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멀리서 한국 기자단을 초청했던 그다.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대형 프레스 투어는 아니지만 15개 매체가 1박2일로 함께 했다.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꾸며 보도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안타까웠다. '그래도 박혜경인데….'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박혜경은 1997년 혼성밴드 '더더' 보컬로 데뷔해 '딜라이트' '내게 다시' '이츠 유' 등 히트곡을 냈다. 이후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고백' '주문을 걸어' '하루' 다수곡으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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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은 원흠(아오이 소라가 속한 그룹 '잼' 한국인 멤버)과의 듀엣 중국어 리메이크곡 '그대안의 블루'로 쇼케이스 문을 열었다. 이어 한 곡 한 곡 자신이 부를 노래를 소개하며 '레몬트리' '고백'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 '예스터데이' '주문을 걸어' '레인(rain)' 등을 들려줬다. SBS '룸메이트'에 얼굴을 비췄던 중국 유명 가수 공링치(제프)와의 특별무대도 꾸며졌다. 박혜경의 중국어 버전 '안녕'을 비롯해 앙코르곡 '연애해볼까'를 부를 때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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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의 박혜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난 2013년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그 후유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서 살짝 불안했다. 강약 조절이 필요한 노래에선 미묘한 감정선의 기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소한 문제였다. 미리 준비한 MR(Music Recording)이 잠시 나오지 않아 박혜경의 무반주 가창을 들어야 할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 취재진은 셀프 카메라를 찍기도 하며 그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즐겼다. '매의 눈과 귀'로 현장을 기록하기 바쁜 일부 한국 취재단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박혜경은 한국 취재단의 나쁜 습관마저 바꾸어놓았다. 그가 취재석 맨끝 테이블에 뛰어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카페 내 일반 손님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그의 노력이자 흥이 넘쳤다. 기자는 잠시 노트북을 접고 그제서야 온전히 그를 바라봤다. 노래도 노래지만 객석은 그의 무대 매너와 열정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썰렁했던 장소조차 뜨겁게 끓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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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밀어붙였다. 스태프들을 설득해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했다.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다.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그 스스로의 말이다. "중국에서 박혜경을 아는 사람은 불과 몇 분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수 관객이 그의 이날 음악을 듣고 삼삼오오 몰려든 것이다.
그는 "(나의 중국 진출을 두고) 주위에서 '어렵다. 안 된다 힘들다'는 말을 여전히 한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벌려는) 큰 목적이 없다. 이렇게 크고 작은 카페나 갤러리, 자연에서 여러분과 자주 만나겠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내 나름의 방식대로, 여러분에게 한걸음씩 다가서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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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은 그제서야 마음을 다잡고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을 받았다. 쉽지 않았다. "수술 후 옛날처럼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정말 가수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배낭을 메고 중국을 여행하며 친구들을 만들었다."
물론,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중국 진출 기자회견을 열 때와 상황은 또 달라졌다. 당시 장나라의 아버지이자 나라짱닷컴 대표 주호성이 그를 도왔던 터다. 주호성은 박혜경을 중국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맥스스타그룹에 추천했다. 맥스스타그룹은 장나라의 중국 음반 유통과 엑소(EXO)의 첫 중국 진출 쇼케이스를 진행했던 회사다.
지금 박혜경은 소속사가 없다.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곳도 없다. 오직 박혜경 자신의 힘으로 중국 대륙 땅을 밟고 있다. 대신 친구들이 그를 위해 하나 둘 돕고 있다. 순수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밴드, 미디어·공연 진행을 돕고 있는 한 젊은 여성 벤처 사업가 등 모두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박혜경을 물심양면 도왔다.
그들은 입을 모았다. "머리 보단 마음, 계산이 아닌 본능이다. 박혜경과 그의 노래에서 진심이 느껴진다"고. 박혜경은 중국에서 한류스타가 아니라 가수다. 진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말이다. 누구보다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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