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MBN스타 최준용 기자] 중국 팬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설 것이라고 밝힌 데뷔 19년 차 가수 박혜경이 새로운 희망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싼리툰 한 카페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박혜경의 한중기자 간담회 및 중국어 싱글 ‘안녕’의 첫 공개 쇼케이스는 그만의 솔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와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한 여름에 가까운 더위에도 불구, 행사장에는 300명에 가까운 한국과 중국 취재진과 팬들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채림 가오즈치 부부와 추자연, 김건모 등 국내 동료 연예인들 뿐 아니라 공련기, JAM, 왕펑, 샤오위 등 중국 가수들의 축하 영상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박혜경은 이날 중국인들로 구성된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가수와 중국 밴드의 합동 공연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즐거운 공연이 되길 희망한다”고 인사와 바람을 전했다.
그의 첫 곡은 중국의 유명 록가수 친용과 듀엣으로 불러 화제를 모은 ‘웨이아이즈더마’. 한국의 ‘그대안의 블루’란 곡을 리메이크 한 곡이다. 박혜경은 중국 가수 원흠과 열정적인 듀엣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여유롭게 박수와 환호성을 이끌어 낸 뒤 그의 두 번째 곡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레몬트리’. 독일그룹 풀스 가든(Fool’s Garden)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박혜경의 익숙한 노래에 관객들은 금세 동화됐다.
두 곡의 무대를 마친 뒤 박혜경은 “큰 공연장이 아닌 평범한 카페에서 공연을 펼친 것은 관객들의 눈을 마주보고, 햇빛을 받으며 노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수는 자신을 바라봐 주는 팬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쇼케이스 장소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나를 제외한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 일주일 전까지 일반적인 공연장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난 카페에서 문을 다 열어놓고 내 스타일대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카페 옆을 지나던 일반 사람들도 내 노래 소리를 듣고 구경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박혜경은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10번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건물 옥상, 공원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곡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듣고 싶은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백’. 박혜경은 노래 시작 전에 “공연 한 달 전부터 남자친구와 데이트 전날처럼 무대 의상들을 입었다, 벗었다 신중을 기했다. 지금 공연이 남자친구와 데이트 첫날처럼 기분좋고 설렌다. 오늘 만큼은 여러분들이 내 남자친구”라고 말해 중국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분위기에 취한 박혜경은 예정에 없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영화 ‘라붐’의 O.S.T ‘리얼리티’(Reality)를 부르며 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박혜경은 “이제 우리에게 어색함이 사라졌다. 이정도면 친해진 것 아니냐”며 특유의 넉살로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의 무대에선 중국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노래와 가사를 설명하며 곡을 따라 부르게 만들었다. 그는 적재적소에 중국어를 구사하며 현지 관객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다가서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서서히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그의 중국 진출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참석한 게스트들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의 백미였다. 먼저 대만의 유명가수 공련기는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 그의 쇼케이스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공련기는 “박혜경 누님의 쇼케이스에 참석해서 기쁘다. 이렇게 노래를 같이 부르게 돼 영광스럽다”고 인사를 전한 뒤 서툰 한국 말로 “누님 정말 예뻐요”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었다. 그의 말에 박혜경은 “난 누나가 아니다. 동생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토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예스터데이’(yesterday)를 함께 부르며 입을 맞췄다. 공연 도중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MR이 갑자기 중단 돼 무반주로 공연을 진행하게 된 것. 두 사람은 돌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무대를 무사히 끝마쳤다.
박혜경과 공련기는 “이게 바로 라이브의 묘미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인데 같이 노래해줘서 고맙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포옹했다. 공련기는 김조한의 ‘그때로 돌아가는 게’를 리메이크 한 자신의 앨범 수록곡 ‘불관타적사’(不關他的事: 그와 관계없는 일)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며 관객들의 깊은 감성을 자극했다. 여기에 베이징 궈안 소속 축구 선수들인 하대성과 쉬인룽, 박성 등이 게스트로 참여 그의 넓은 인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지난 2013년 성대폴립수술을 받았던 박혜경은 “싼리툰에서 공연을 하게 된 건 이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성대 결절 판정을 받고 중국 싼리툰으로 여행을 오게 됐다. 그때 난 수술하지 않고 노래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당시 한 여성을 우연하게 만났고, 그가 오늘 쇼케이스에서 내가 불렀던 모든 곡을 들려주더라. 중국에 적지 않은 팬들이 내 노래를 알고 응원해준 단 사실을 알게 돼 다시금 가수 활동에 대한 목적과 희망이 생겼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내 나름의 방식대로 한 걸음씩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이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혜경은 힘들었던 순간을 되새기며 흐느끼듯 자신의 히트곡 ‘레인’을 불렀고, 중국 팬들은 ‘짜요짜요’(한국어로 ’아자아자’ 의미)라고 외치며 응원,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끝으로 그는 새 싱글 ‘안녕’ 무대에 앞서 “한국에서 ‘안녕’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한가지 의미는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날들이 내게 찾아왔을 때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슬프고 힘든 일들에 대한 작별인사이다”고 말했다. 박혜경은 ‘안녕’의 무대에서 1절은 중국어로, 2절은 한국말로 섞어 부르며 쇼케이스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한편, 중국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혜경은 올 가을 국내에서 7년 만의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