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앞으로 4년간은 ‘달리는 기간’으로 설정했어요. 쉬지 않고 항상 얼굴을 비추며 실력을 연마할 겁니다. 김수현 나오는 드라마라면 무조건 볼 수 있는 신뢰감 높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2010년 6월 노컷뉴스 인터뷰 中)
아직 앳된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23살의 어린 배우 김수현의 당찬 포부는 4년 뒤 정말로 현실이 됐다. 2010년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박상민의 어린 시절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차세대 배우’ ‘전망이 기대되는 아역’로 평가받았던 김수현은 ‘드림하이’(2011)와 ‘해를 품은 달’(2012)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더니,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을 뛰어넘어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김수현에 러브콜이 쏟아진 것은 기본,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선택할 차기작에 대한 세간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많은 작품을 고사한 끝에 김수현이 선택한 작품은 KBS 예능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였다.
김수현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힘은 실로 놀라웠다. “이렇게 ‘프로듀사’가 판이 커질 줄은 몰랐다. 누가 들어오기 전까지”라고 차태현이 말할 정도로 김수현은 ‘프로듀사’ 스타캐스팅의 ‘화룡점정’을 찍었고, 그가 합류한 순간부터 ‘경쟁이 치열한 금요 10시 시간대에서 프로그램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다.
“백승찬의 허당 캐릭터가 끌렸다. 힘 빼고 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2015년 5월 ‘프로듀사’ 제작발표회 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K(‘드림하이’)도 됐다가 훈훈한 조선의 왕(‘해를 품은 달’)도 됐다가, 심지어 잘생긴 외계인(‘별에서 온 그대’)까지 소화한 김수현이 ‘프로듀사’에서 맡은 역할은 이제 막 KBS에 입사한 신입PD 백승찬이었다.
극중 백승찬은 ‘FM’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치 없이 정직한 인물. 어린 시절 집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하듯 예능을 공부하다보니, 지나치게 뻣뻣하고 진지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말투 역시 얼마나 어리바리한지 말을 더듬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쉽게 ‘쫄아’ 말꼬리를 흐리는 것도 예삿일이다. 그러면서도 결론적으로 본인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달하는 편이다보니, 여러모로 사회생활에 적합하지 않고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캐릭터이다.
얼핏 보면 백승찬은 김수현이 연기했던 ‘드림하이’ 속 시골에서 갓 상경해 세상물정 모르는 송삼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캐릭터이다. 실제 초반 송삼동과 비슷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소수이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김수현이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김수현이었다. 지나치게 ‘니마이’해서 재미없고 밋밋할 수 있는 백승찬 캐릭터에 적당한 ‘싼마이’를 절묘하게 가미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매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김수현의 ‘백승찬 되기’가 성공한 순간이었으며, 그의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내공이 빛난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프로듀사’에서 외화드라마 ‘셜록’의 셜록의 특유의 몸짓을 따라하면서도 진지하게 대사를 이어가는 부분은 김수현이 만들어낸 니마이한 백승찬의 싼마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내가 속한 곳에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을 파악하려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학창시절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골키퍼를 도맡았죠. 골키퍼를 하면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굉장한 묘미가 있답니다. 연기를 할 때도 그런 성격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2010년 6월 노컷뉴스 인터뷰 中)
김수현이 배우로서 잘나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최고의 매력은 어디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은 상대배우가 누구인가를 따지지도 않는다. 대선배 공효진과 러브라임을 그리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고, 연기경력이 한참은 부족한 아이유 옆에 있어도 최상의 케미를 이끌어 낸다. 어디 그 뿐인가, 심지어는 차태현과는 사수와 부사수가 이뤄내는 든든한 유대감까지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 초년생이 보여주는 풋풋함과 때로는 박력있는 성인남자의 면모까지 보여주니, 시청자들이 김수현에게 빠지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자신이 어디에 있고 누구와 함께 하든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자신이 속한 곳에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을 파악했으며, 나 사진 뿐 아니라 그룹을 이루는 전체를 보고 연기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 될 수 있다. 한 두 번은 운 좋게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그가 출연했던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는 것은,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이자 실력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눈하며,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김수현’이라는 이름 석 자에 깊은 신뢰감을 더하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빛나고,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김수현, 그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참으로 김수현이라는 이름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