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 부패 척결 이미지를 얻어 드라마 주인공으로 각색되기도 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에 처했다.
홍 지사는 최근까지 선배 검사로서 검찰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검찰과 악연을 맺게 됐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검찰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로 낙인찍혀 한직을 전전하다 결국 1995년 사직했다. 이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홍 지사는 정계에서도 주요 당직과 거리가 먼 비주류 길을 걸으며 당내 현안에 쓴소리를 해 존재감을 과시하다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 최고위원을 맡았다.
2011년 최구식 전 의원 비서의 디도스 공격 사건에 휘말려 대표직을 사퇴했으나 이듬해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화려하게 복귀했고, 지난해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홍 지사는 최근까지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관한 개인적 소회를 수차례 털어놓아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홍 지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서 “드라마 ‘펀치’에서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이 부패와 부정의 상징으로 묘사돼 이 시대 검찰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것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검사로 재직할 때는 약자를 도와주고 권력과 싸우는 정의의 상징으로 묘사됐는데, 최근 검찰의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다”고 선배 검사로서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매일 아침 출근길 발언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검찰과 수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자살하면서 쓴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날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
검찰을 겨냥한 홍 지사의 과거 발언은 오는 8일 피의자로 소환되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그의 수싸움이 위기에 처한 모래시계 검사를 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홍준표 검사출신이었구나” “홍준표 변호사가 필요없겠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