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흥행이 되는, 혹은 완성도 높은 음악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요소를 충족시켜야 한다.
무조건 성공사례를 보고 따라가는 작품들은 결국 음악영화라는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2006년 ‘원스’가 국내에서 크게 이슈를 끌면서 ‘비긴어게인’ ‘송원’ 등 비슷한 류의 음악영화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개봉되고 있다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적은 수입가 대비 큰 이익을 남긴 외화들의 등장으로 수입사들이 외화를 쉽게 들여온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체적으로 음악영화는 소규모 영화사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수입사는 마켓을 통해 접근하기 쉬운 음악영화들을 사들이는 추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칸이나 베를린 마켓에 가면 한국 수입사들이 영화를 정말 많이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놓고 개봉을 못하고 지나가는 작품이 많을 정도다. 물론, 좋은 작품을 많이 사들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부 마구잡이로 수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좋은’ 음악영화의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진수 프로그래머, 정지욱 평론가, 옥선희 평론가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영화로써 흥행할 수 있는 조건들을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음악의 완성도’ ‘연출자·배우의 음악이해도’ ‘스토리’ 등을 꼭 필요한 요소들로 꼽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이 있어야 하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뮤지션이나 음악을 잘하는 연기자가 필요하다. 또한 음악에 대한 연출자의 이해가 필요하며 관객의 트렌드를 읽고 반영할 수 있는 감각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에 하나”라면서 “한 동안 인디음악이 트렌드였던 때가 있었다. 주관객이 젊은층이기 때문에 그들의 감각을 반영하고, 성장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 역시 “음악영화의 조건이라고 하면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무엇보다 친근한 음악을 권했다. 영화 ‘쎄시봉’처럼 기존에 있던 명곡들을 사용해 친근함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원스’처럼 작품을 위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더라도 관객들에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곡들이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출연자의 가창력도 필수”라고 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가수 출신이 출연할 수도 있고,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본이 되어야 한다. 혹시 노래를 잘 못 부르더라도 그 속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야 관객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나 영상처리도 음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된다고 덧붙였다.
옥선희 평론가 역시 음악을 가장 우선시 했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게 영화 장르랑 맞아야하고 가능하면 영화에서의 음악은 서정적인 느낌이 나야지 오래 기억된다. 시끄러운 음악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요즘 우리나라에서 스크린을 통해 가사를 번역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 사실을 그 노래를 사람들이 모두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가사 번역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노래를 골랐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적시해주면 더 와 닿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성공한 음악영화에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잘 녹아들어 있다. ‘라디오스타’ ‘원스’ ‘비긴어게인’ ‘복면달호’ 등에 삽입된 창작곡들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사랑이나 우정 그리고 극중 배우의 역할에 드라마틱한 삶을 표현하는 탄탄한 구성도 돋보인다. 우리의 소리를 담은 영화 ‘서편제’ 역시 소리꾼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려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데 성공하며 스토리와 음악, 그리고 영상미의 조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