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만화가 김풍의 웹툰 ‘찌질의 역사’는 매주 금요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다. 스무 살 소년들이 남자로 진화하는, 평생을 철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찌질한 이야기를 담았고 9.9의 매우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평점도 높고 해당 웹툰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이 긍정적인 가운데,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각본 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무엇보다 최근 방송을 통해 숨겨둔 예능감과 허당기를 맘껏 발산 중인 김풍이기에 이 같은 소식이 더 반갑고 만화가에게나 대중에게나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 사진=와이랩 |
“하루하루 스펙터클하다. (웃음) 언제까지 이렇게 바쁜 시절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이 감격의 연속이다. 사실 방송에서는 그냥 놀기만 하면 되는데 시청자와 창작자 입장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더라. 방송도 재미있지만 난 만화가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것을 즐기는 입장에서 살고 있다. 재미있는 게 직업이 되면 더 이상 그 재미를 못 느끼지 않냐. 달콤함을 아는 상태에서 더 달콤한 것을 먹으면 그 순간부터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난 지금 만족하는 기분을 느끼며 살고 있다. (웃음) 방송할 때도 즐겁지만, 만화가로서 만화에 푹 빠져있을 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 매우 즐겁다.”
‘찌질의 역사’는 웹툰 ‘패션왕’을 영화화한 와이랩과 배우 매니지먼트 심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한다. 이미 ‘패션왕’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와이랩은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해 완성도 높은 웹툰 영화화를 예고 중이다. 김풍 역시 프로듀싱 시스템에 일조하며 자신의 재능을 다른 작품에도 쏟아내고 있다.
“나 역시 만화가이자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프로듀서이다. 우선, 프로듀싱 시스템은 만화가와 프로듀서가 웹툰 제작에 힘을 합치는 것이다. 만화가가 혼자 작업을 할 때 아리송한 부분도 있고 흔들리는 부분도 있다. 이때 프로듀서가 개입해 방향을 잡아주거나 더 좋은 의견을 내주는 것이다. 프로듀서가 만화가 못지않게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고 꿰뚫고 있기에 가능하다. 매 회마다 함께 콘티를 보며 의견을 조율하기에 퀄리티는 좋아진다. 물론 작품은 만화가 중심이고 프로듀서는 의견만 던지는 셈이다.”
해당 시스템이 ‘찌질의 역사’ 영화화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제작사나 김풍 자신에게나 ‘첫 시도’이기에 신경 쓸 부분도 많고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우선 각본 계약까지 된 상태이며 임찬상 감독님이 각본을 쓰고 있다. 내가 만든 웹툰을 감독님이 어떻게 느끼고 시나리오로 풀어낼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웃음) 최대한 감독님의 의견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졌기에 웹툰의 영화화가 잘 된다고 규정지을 수 없다. 예전에는 유명세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득이 됐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의 눈이 냉철해졌다. 영화화됐을 때 가치가 있냐, 없냐를 먼저 따진다. 때문에 영화화되는 웹툰들이 많이 성공해야만 이 사업이 확장될 것 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객의 몫이 크다. (웃음)”
“내심 영상화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만화는 만화 그 자체로만 활용되게 작업했다. 특히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만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있고 소비하는 인구가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굳이 영상화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기에 웹툰이 영상화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다. 텍스트로만 된 소설이기에 모든 걸 상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텍스트와 만화로 된 웹툰이 영상화됐을 때는 상상보다 떨어지면 실망하곤 한다.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과 채팅창에서 대화할 땐 설?�쨉� 막상 얼굴을 보니 기대와 달라 실망하는 것처럼. (웃음) 그러나 이건 해석의 여지다. 콘텐츠 자체가 재미없으면 이게 웹툰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변화를 줘도 재미가 없다. 재미있는 내용과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 사진=MBN스타 DB |
“지금 김풍으로서 잘 되고 있지만 암흑기에서 내가 다시 올라온 계기는 만화이다. 때문에 만화는 소중하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 만화를 놓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웃음) 늘 신작에 대한 들뜸이 있고 가슴이 뛴다. 우울할 때도 신작을 생각하면 벅차다. 현재 방송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지만 신작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김풍은 프로듀싱 시스템의 첫 도입이자, 자신의 애정이 담긴 웹툰의 첫 영화화와 앞으로 더 많은 웹툰들이 영상화될 기회를 마련해줄 ‘찌질의 역사’ 영화화에 대해 한마디 했다.
“‘찌질의 역사’를 안 본 분이 있다면 본 사람들이 추천해줬으면 한다. (웃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공감하고, 이런 공감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하는 만화다. 대부분 과거의 찌질한 모습을 잃어버리는 데 답은 거기에 나와 있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자신의 진짜 찌질함을 쿨하게 인정하는 게 진짜 남자들이다. 과거의 찌질함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며 모든 걸 인정하는 주인공을 통해 많은 걸 느꼈으면 한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영화로 제작되기 전에 웹툰을 봤으면 좋겠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