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이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다루며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지난 3월31일 오후 방송된 ‘호구의 사랑’ 최종회에서는 도도희(유이 분)가 강호구(최우식 분)과 다시 만나면서 용기를 얻고 노경우(김현준 분)를 고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앞서 금동이와 강호구를 위해 잠시 그를 떠났던 도도희는 강호구의 해바라기 사랑으로 결국 다시금 마음을 열었다. 강호구는 도도희를 설득해 성폭력 가해자인 노경우를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 사진=호구의사랑 방송 캡처 |
도도희는 ‘국민 아들’로 추앙받던 노경우를 고소하면서 각종 단체들에 비난을 받고, 2심에서는 노경우가 무죄를 선고 받는 등 힘겨운 법정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신의 곁을 지키는 강호구에 진정한 사랑과 용기를 배운 그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웠고, 강호구와 결혼 후 새로 태어난 아기를 포함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수영선수로서, 강호구의 아내로 살면서 행복을 되찾았다.
그동안 엇갈린 사랑을 하던 변강철과 강호경(이수경 분)도 해피엔딩을 맞았다. 변강철은 마지막으로 이별 키스를 하고 돌아서는 강호경을 본 후에야 비로소 강호경과 강호구가 쌍둥이고, 자신이 처음부터 강호구가 아닌 강호경을 사랑했음을 깨달았다.
강호경도 화려하게 꾸민 자신의 모습이 아닌 못생긴 과거, 화장을 지운 민낯을 보고도 사랑을 고백하는 변강철로 인해 외모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랑에 서툰 변강철과 그로 인해 6년이나 가슴앓이를 했던 강호경은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키스를 나누며 연인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호구의 사랑’은 마지막 회에서 그동안 벌어졌던 전개를 차곡차곡 접어 넣으며 캐릭터들의 행복을 그려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임을 당당히 드러내며 노우경의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도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호구의 사랑’은 사실 성폭력, 동성애자, 성형, 혼전순결 등과 같은 까다로운 소재들을 다뤄 우려의 시선을 자아내던 작품이었다. 그저 코믹 로맨스인줄만 알았던 ‘호구의 사랑’은 무거운 사회적 소재를 거부감 없이 녹여내는 등 표민수 PD의 세심한 연출력으로 나름의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방영 내내 2%를 넘지 못하고 결국 종영을 한 것. 드라마의 원작 웹툰을 알고 있던 시청자 혹은 드라마를 1회부터 챙겨봤던 애청자가 아니라면 무거운 소재들은 선뜻 드라마에 다가가기 어렵게 했고, 이는 중간에 투입되는 시청자들을 잡는 걸림돌이 됐다. 이 때문에 시청률 반등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호구의 사랑’은 성폭력 피해자를 전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극중 도도희는 성폭력의 결과물로 생긴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마지막회에서도 그는 강호구에 “가끔 나도 금동이가 미운데 너는 어떨까 싶었다”고 떠난 이유를 설명할 정도로 때로는 번민에 싸이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피해자고, 가해자는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도 여자라는 점 때문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꽁꽁 숨겨야 했던 도도희의 소극적인 반응도 초반부에 심도있게 그려졌다.
또한 소속사 사장(김선경 분)의 “네가 처신을 잘 했어야지”라는 대사나, 노경우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만난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반항을 하지 그랬냐. 집에는 왜 따라갔냐. 피해자 같지 않다”는 등의 대사들로 현실 속에서 편견으로 더욱 고통을 받아야 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잘 대변했다. 식당에서 2심에 상고한다는 도도희의 뉴스를 보면서 “성폭행 당했는데 왜 나대냐”고 수군대는 고객들의 표정과 손가락질도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표현한 것이다.
↑ 사진=호구의사랑 방송 캡처 |
소극적이던 도도희는 강호구 가족들의 응원으로 드디어 세상 밖에 한 발 내밀 수 있게 됐다. 그의 “피해자다운 게 어떤 거냐”고 일갈하는 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해 도리어 손가락질 하는 세상의 편견을 향한 촌철살인이었다. 더불어 “남자들은 술 먹고 그럴 수 있다”는 소속사 사장에게 “그것은 범죄”라고 단언하는 행동도 남성들에 관대한 그릇된 성의식에 날리는 경고였다.
드라마는 내내 성폭력 피해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온통 부당한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에 한 걸음 나아가는 힘겨운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한다. 강호구의 진정한 사랑과 그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강호구의 가족이 도도희를 변화시키는 모습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랑과 관심, 이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관심의 사각지대에 성폭력 문제를 적극적이고 본질적으로 다루면서 ‘호구의 사랑’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치열하게 무거운 소재를 파고든 제작진의 집념과 용기만큼은 호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해보였다.
한편, ‘호구의 사랑’의 후속으로는 윤두준, 서현진 주연의 ‘식샤를 합시다2’가 편성된다. 오는 6일 첫 방송.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