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새 파일럿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사춘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과감하게 출사표를 내밀었다. MC 유재석·김구라 보다 더 돋보이는 설정이었다. 청소년판 ‘붕어빵’ 느낌을 발산한 이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착한’ 가족 예능 프로그램 탄생을 예감케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방송된 ‘동상이몽’에서는 사춘기를 지나는 일반 학생과 그 엄마가 나와 문제를 진단하고 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여러 사례 가운데 유독 눈에 띄었던 건 2년 가까이 대화 대신 문자 메시지로 용건을 주고 받는 김태은 양과 어머니의 사연이었다. 관찰 카메라와 패널들의 토크쇼가 함께 어우러진 방식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태은 양과 어머니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이들의 일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태은 양의 어머니는 딸이 방에 있을 때에도 절대 부르지 않고 문자메시지로 용건을 전달했다. 태은 양은 말을 걸고 싶은 기색을 표현하며 어머니와 동생 곁을 맴돌았지만 투명인간 대우를 받아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패널들 역시 눈물을 훔치며 둘 사이가 어색해진 이유를 물었다. 태은 양 어머니는 “딸과 부딪히기 싫어 스스로 찾아낸 방법”이라며 후회의 눈물을 내비쳤다. 태은 양도 “5학년 때 엄마가 나와 싸운 친구 편을 들어줘 서운했다”며 모녀 사이가 멀어진 계기를 털어놨다.
관찰 카메라 영상은 이들 모녀에게도 큰 자극이었다. 두 사람은 미처 몰랐던 서로 진심을 깨달은 뒤 울음을 터뜨렸고, 서로 안아주며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그제야 전달할 수 있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이를 지켜보던 김구라는 “나도 이런 일(빚 보증)이 있은 후 집사람과 그나마 화합한 게 아내가 잘못해서 말을 안 할 때 내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 어쨌든 서로 풀린다”고 밝혔다. 스타로서 털어놓기 어려운 경험담이었지만 이들 모녀를 위한 진심어린 충고가 참 따뜻했다. 이밖에도 유재석, 지석진 등 패널들의 한마디도 더해지니 ‘착한’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퍼즐이 완성됐다.
‘동상이몽’은 이처럼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일반인 부모 사연에 스타들의 조언을 양념처럼 얹어 색다른 포맷을 완성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반인 사연에 중심을 둔 것이 ‘신의 한수’였다. 물론 방송 직전 김구라·유재석 MC 체제로 크게 화제가 됐지만, 스타 중심이 아닌 일반인 사연에 포인트를 준 제작진의 묘수도 빛났다. ‘착한’ 예능의 탄생을 알리는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