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말이 많아도 정말 많고 질문 하나에도 매우 긴 답변을 내뱉는다. 아무리 짧은 질문에도 말이다. 때문에 ‘아줌마’라는 별명이 새삼 와 닿는다. 하지만 많은 말 덕분에 답변에는 정성이 묻어나고, 짧은 질문에도 긴 답변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욕심을 느끼게 만든다. 배우 김상경이 딱 이렇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이어 ‘몽타주’ 이번 작품 ‘살인의뢰’까지, 김상경은 총 3번이나 형사 역으로 스크린을 빛냈다. 한 배우가 여러 번이나 형사 역을 맡았기에 아무리 작품의 소재와 분위기가 달라도 다소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김상경은 달랐다. 푸근하면서도 냉철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분석해오던 과거 형사 모습이 아닌, 형사와 피해자 그 사이를 오가는 형사로 시종일관 관객을 들었다놨다한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살인의뢰’는 ‘살인의 추억’ ‘몽타주’와는 다른 형사 역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전에는 주로 형사로서만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형사와 피해자로 관객을 만나지 않냐. 이게 가장 큰 차이다. 특히 난 연기에 변화를 많이 주는 걸 좋아하는데, 작품 안에 3년 전과 후의 변화가 있어 재미있었고 매우 흥미로웠다. 거기에 사회적인 문제까지 짚어 화두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궁금한 건 관객들이 이 새로운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 까다. 나 역시 다시 한 번 극장을 찾아 조용히 작품을 볼 계획이다.”
‘살인의뢰’는 다른 스릴러, 액션, 범죄 영화와 다르다. 우선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되고 급기야 범인이 검거되기까지 한다. 거기에 형사이자 피해자의 가족인 태수(김상경 분)가 연쇄살인범 강천(박성웅 분)에게 주먹을 날리거나 무릎을 꿇으며 매 순간 달라지는 감정선을 대놓고 보여준다. 그래서 더 찡하고 태수의 행동에 이해가 된다. 가장 큰 차별점은 ‘3년 전과 후’가 있다는 것이다. 3년 전과 후의 변화를 기점으로 달라진 세 남자 태수, 강천, 승현(김성균 분)의 모습이 긴장감까지 높인다.
눈에 들어오는 3년 전과 후의 변화를 위해 세 배우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초반 푸근하고 친근한 배나온 형사였던 김상경은 후반에 갈수록 날렵해지며 푸근함에 가려졌던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연기적인 면은 물론 외형적인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피나는 노력을 한 김상경 덕분에 3년 전과 후 태수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 셈이다. 지금은 형사 김상경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지만,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그는 KBS2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문태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웃겼다.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했다는 그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는 게 힘들었지만 영화는 세고 드라마는 편안해 힐링하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난 ‘신의 아들’이 된 것”이라고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맘껏 발산했다.
태생적으로 긍정적일지는 몰라도 바쁜 스케줄 때문에 ‘긍정 에너지’ 김상경도 지칠 때가 있을 것 같다.
“늘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웃음) 사실 촬영 현장에서 너무 떠드니까 집에서의 내 모습을 많이들 궁금해 한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웃음)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릴 때는 연기를 재미있게 하다가도 공허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혼자 있을 때는 말이 적어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연기한다는 걸 오직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배우로서의 생활에 유연해졌고 있는 그대로 날 받아들이게 됐다. 난 원래 유쾌하다. 내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늘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을 연기해보고 싶다. ‘가족끼리 왜이래’ 문태주처럼 막 까부는 캐릭터가 아닌 재미도 있고 유쾌하면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런 배역 말이다. 밝고 건강하면서 상대방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그런 캐릭터도 좋다.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르면 여름이나 가을 또 다시 관객을 만날 것 같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