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결국은 심의가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가인은 안무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면서 퍼포먼스는 반쪽이 됐다.
지난 12일 네 번째 미니앨범 ‘하와’(Hawwah)를 발표하면서 가인은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앨범 전곡이 음원차트에 링크될만큼 화제를 모았고 발표된 지 5일이 지난 현재도 더블 타이틀곡 ‘애플’(Apple)과 ‘파라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노래도 노래였지만 가인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영향도 컸다. ‘파라다이스 로스트’ 뮤직비디오는 파격 그 자체였다. 가인은 시스루 전신 타이즈를 입고 뱀을 형상화해서 춤을 추고 올누드인 남자 모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선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했다.
↑ 사진=Mnet 엠카운트다운(왼쪽), KBS 뮤직뱅크(오른쪽) 방송캡처 |
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가인의 퍼포먼스는 단순히 ‘19금이다’, ‘야하다’고만 평가할 수 없다. 다리를 벌리거나 전신 타이즈가 아닌 의상을 입은 모습은 아슬아슬한 했지만 스토리텔링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음반 발매 전 음감회를 열고 곡에 대한 해석을 설명했던 가인은 ‘파라다이스 로스트’에 대해 “성경 속에 나오는 하와, 인류 최초의 유혹에 빠지는 여자가 뱀이라는 설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밝혔듯 뮤직비디오 속 가인은 뱀으로 분해 콘셉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마치 뱀의 비늘을 보는 듯한 전신 시스루 의상부터, 파란색 머리, 강렬한 눈화장으로 외형을 표현했다. 안무도 흐느적거리는 평소 모습부터 사냥을 할 때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까지 다방면으로 뱀을 표현했다.
그 모습은 12일 방송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가인은 맨발에 전신 시스루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서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상파 방송에서 가사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애플’(Apple)도 함께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상파 3사 음악방송을 통해 컴백한 가인의 무대는 뮤직비디오는 물론 첫 방송인 ‘엠카운트다운’과는 완전히 달랐다. 심의 때문에 비치지 않는 타이즈 의상으로 대체한 것은 백번 이해가 가지만 퍼포먼스 자체는 아예 의미가 퇴색됐다.
음감회 당시 가인은 심의를 우려하며 안무를 수정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가인이 컴백하기도 전부터 우려한 부분이었다. 결국 안무는 수정됐고 심의는 통과됐지만 콘셉트를 제대로 살렸던 퍼포먼스는 반쪽이 되고 말았다.
가인의 이번 앨범은 아예 ‘하와’라는 콘셉트를 잡고 진행됐다. 하와를 뱀이라고 설정한 ‘파라다이스 로스트’ 외에도 뱀이 하와에게 건넨 유혹의 과일 사과를 남녀간의 사랑으로 풀어내기도 했고 자신의 의지대로 길을 개척한 신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한 곡도 있다. 하나의 앨범이 통일성을 가지기 쉽지 않은데 가인은 이를 퍼포먼스까지 더해서 완성했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위해 3개월 이상 몸을 만들고 발톱이 빠져가면서 무대를 준비했던 가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 앞에서 제대로 준비한 것도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