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싸다구!”
광고계가 웃음으로 물들었다. 최근 ‘B급 코드’로 무장한 광고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 ‘웃음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는 이 광고들은 마치 30초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엔돌핀을 선사하며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광고계를 점령한 ‘B급’ 코드는 무엇이 있을까.
↑ 사진=해당 광고 캡처,디자인=이주영 |
◇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광고, ‘병맛’에 취하다
‘B급’코드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이른바 ‘병맛’ 콘셉트다. ‘병맛’은 어떤 대상이 ‘맥락 없어 어이없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카피로 소비자의 허를 찔러 웃음 나게 하는 방법이다.
모바일 핫딜 쇼핑애플리케이션 쿠차는 방송인 신동엽을 기용해 ‘병맛’ 코드를 극대화했다. 지난해 온에어된 광고에서는 상품이 싸다는 것을 강조한 ‘싸다구’ 카피와 신동엽의 따귀를 때리는 퍼포먼스가 담겨 화제가 됐다. 또한 그 후속에서는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를 개사한 노래로 소비자 귀를 현혹하고 있다.
쿠차의 동음이의어, 반복으로 빚어낸 광고 효과는 눈부셨다. 광고 시작 전후로 비교해보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300만에서 700만 건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1일 다운로드 회수도 14배 정도 상승했다. 이는 매출액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광고 이전보다 6.5배나 올랐다고 하니 ‘B급’ 코드가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광고도 ‘병맛’코드의 대표적 콘텐츠다. 배우 류승룡을 모델로 앞세운 배달의 민족은 첫 광고에서 밀레의 ‘만종’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등 명화들을 패러디해 이름 알리기에 성공했다. 이후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스케일로 ‘진정한 맛집을 찾아나선 영웅’을 그려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스크린을 주름잡은 그였기에 영화 스케일의 코믹 광고 효과는 극대화됐다.
이외에도 모바일 RPG 게임 세븐나이츠, 평온차, 쇼핑사이트 G마켓 등도 ‘병맛’ 광고로 소비자 마음을 유혹했다. ‘세븐나이츠’만 외치면 주위에서 모두 환호하는 콘셉트나 이국주가 에이핑크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요정으로 나오는 장면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선 강탈’ 효과만큼은 최고였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에게 상품을 각인시켜야 하는 광고의 의무는 100% 다한 셈이다.
◇ 패러디, 흥행작 명장면만 따니 재미가 ‘2배’
패러디는 ‘B급’ 코드 광고의 또 다른 방법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흥행작들의 명장면을 재구성하며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어필한다.
특히 케이블채널 tvN ‘미생’은 최근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캐릭터 그대로 출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 장면을 재편집해 광고용 컷(풋티지)으로 만들어내는 등 패러디 특수를 맞았다. 쿤룬코리아 RPG 게임 코아, 주류업체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SK텔레콤 등 많은 업체가 미생 장면을 이용해 광고를 제작했고 드라마 못지않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큰 열풍을 일으켰던 MBC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도 패러디 광고가 사랑하는 인물이다. 주인공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던 악녀 연민정을 본따 라인 모바일 퍼즐 게임인 라인 디즈니 썸썸, 화장품 유니베라, KT 알뜰폰, 바노바기 성형외과 등의 광고에서 얼굴을 내비친 것. 특유의 화난 표정과 입술로 손바닥을 ‘후~’ 부는 동작 등 연민정 캐릭터를 십분 이용해 보는 이에게 재미를 안겼다.
팔도 컵라면 왕뚜껑은 최민수의 히트작들을 패러디했다. 지난해 온에어된 광고는 영화 ‘홀리데이’를 본따 만들었으며, 최근엔 SBS ‘모래시계’의 명장면과 대사 “나 떨고 있니”를 재가공해 웃음을 제공했다. 무거운 원작과 달리 컵라면 국물을 흘릴까봐 떨고 있다는 설정이 웃음보를 자극하면서도 뚜껑이 가진 차별성에 집중하게 해 재미와 광고 효과까지 모두 잡은 셈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