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강남 1970’ 속 진흙탕 장면… 한국 느와르 영화의 모델이 될 것 같아. (웃음)”
지난 1월21일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뒤를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판이다. 거리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점과 그 누구보다 남자영화를 잘 만드는 유하 감독의 신작, 배우 이민호와 김래원의 케미 등이 관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관심을 증명하듯 ‘강남 1970’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고, 관객층의 제한이 있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임에도 빠른 속도로 100만 돌파를 기록하기도 했다. 액션 느와르 장르이기에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만 이보다 더 수컷 세계를 잘 묘사할 순 없다.
특히 진흙탕 액션 장면은 명장면임에 틀림없고 내리는 비와 검정 슈트, 검정 우산, 진흙탕 싸움 등이 남성의 판타지를 만족시켰다. 게다가 여성들은 미처 몰랐던 피 비린내 나는 남성들의 세상을 안내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유하 감독의 연출력과 출연 배우들의 호흡이 큰 몫을 했겠지만 참여한 제작진들의 노력도 엄청나다. 그 중심에는 한길로 PD가 자리 잡고 있다.
“‘강남 1970’ 속 나의 역할은 프로듀서(PD)다. 보통 PD의 역할은 전반적인 기획, 개발 등을 같이 한다. 감독이 연출하려는 콘셉트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이에 맞는 구성과 미술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 파트 관계자들의 생각도 조율한다. 최종적으로는 현장에서 프로덕션 운영을 하며 정해진 일정 안에서 효율적으로 촬영이 들어가도록 모두의 컨디션과 일정 등을 조율한다.”
감독은 물론 배우 역시 자신의 연출과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PD 역시 마찬가지일가. ‘강남 1970’이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말이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관객들이 좋아해도 만족은 없다. (웃음) 드라마도 그렇고 1970년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시대적인 분위기와 배경보단 인물에 무게를 둔 것 같아 화려한 70년대의 강남을 보여준다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하지만 배경음악과 인물들의 행동 등이 70년대를 느끼게끔 도와준 것 같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역시 카바레 장면에서 흘러 나왔지만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필리핀 노래 ‘아낙’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배경음악을 통해서도 시대적인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강남 1970’의 명장면은 진흙탕 액션이다. 욕망에 가득 찬 종대(이민호 분)와 용기(김래원 분)를 표현해주면서도 남성들이 원하는 액션 판타지를 100% 충족시키고 있다.
“사실 진흙탕 장면을 찍기 전에 영등포 입성 장면을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영등포 입성 전까지는 주로 드라마 중심이었는데 그 후 액션 느와르가 강해진다. 이 장면이 지나고부터 ‘강남 1970’이 완전 달라지기에 완성도에서는 의심이 없었다. 진흙탕 장면은 마지막 피날레로 이정도면 됐다 싶었다. 폭력적인 수위가 줄어들긴 했지만 찍고 보니 또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진흙탕 장면이 더 멋있더라. (웃음) 가장 명장면으로 꼽힐 만 하다. 진흙탕 장면은 한국 느와르 영화 중 모델이 될 것이다.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강남 1970’은 몇 장면만 제외하고 전부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나주와 담양, 무주, 순천, 임실, 김제, 익산, 광주, 전주, 서울, 곡성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때문에 현장감이 살아있고 각 지역이 주는 분위기가 제각각이다.
“참여한 작품 중 가장 힘들었다. 이렇게 미술과 공간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웃음) 사극보다 힘들었다. 사극에 등장하는 한옥은 찾아보면 많이 있다. 하지만 1970년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없더라. 남아있어도 폐허 또는 철거 예정지, 수몰 지역이었다. 이동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동선을 짧게 잡아 이동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진흙탕 장면은 많은 인원과 찍고 씻고 다시 촬영해야 되기에 대기시간이 예정보다 오버됐다. 날씨도 도와줘야 됐다. 비가 내리고 흐려야 됐기에 해가 뜨면 촬영을 중단하고 흐려지면 시작하고 그랬다. 흐림이 끊길 만도 한데 다들 잘해줬다.”
“극중 민성희(김지수 분)가 빨간 차를 타고 초록 밭을 지나는 장면이 있다. 여긴 나주의 한 땅인데 처음엔 허허벌판이었다. 허허벌판일 때 필요한 장면을 찍고 다시 촬영하러 이동했는데 황토밭이라서 그런지 2개월 만에 옥수수가 자랐더라. 분명 허허벌판이었는데. 놀랐다. (웃음)”
“포장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 같다. 느와르지만 시대적인 분위기가 담겨있고 재미도 있다. 거리 시리즈의 3부작 완성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마무리답게 느와르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감독님의 의지가 강했다. 때문에 조미료가 많이 없는 느낌을 준다.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보면 볼수록 제대로 보이고 느낌 있다. 종대와 용기 두 남자의 영화 같지만 보이는 적보다는 안 보이는 적이 많다 등의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배우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오히려 제작진들이 촬영을 쉽게 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AOA 설현도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더라. 특히 비가 와서 잠시 촬영이 중단됐을 때 AOA 춤을 췄었는데 그때 다들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웃음) 이민호는 귀공자 이미지가 강해 액션을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었는데 이민호가 아닌 종대 그 자체였다. 종대와의 싱크로율이 잘 맞았다. 충분히 이민호가 종대로 보였다.”
보통 대중들은 영화계 PD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어쩌면 존재 자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 못지않게 PD의 역할도 중요하며,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되기에 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앞이 아닌 묵묵히 뒤를 지키며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땀과 노력의 가치를 증명하고 하고 있다.
“대중들은 PD를 잘 모른다. 아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감독과 의상, 미술, 음악 팀에게는 주는 상이 있다. 그러나 PD들에게 주는 상은 없다. 과거 이천 춘사대상영화제에서 프로듀서상을 수상했을 때 ‘이 상이 프로듀서에게 주는 희망이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비유하자면 PD는 사랑받지 못하는 단역배우 같다. (웃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만 주면 되는 것이다. 정말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 또한 자기만족이 필요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되는 것 같다. PD 역시 한 전문 포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늘 ‘전문성을 길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문성을 키워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굳이 유명한 PD가 아니래도 인기영화가 아닌 작은 독립, 다양성 영화에 참여했어도 능력을 인정받아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제공=앤드크레딧,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