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이종석, 박신혜, 이유비, 김영광 등 청춘스타들의 향연이었다. 보기만해도 ‘안구정화’되는 이들이 사회부 수습기자로서 벌이는 고군분투기와 로맨스는 모두에게 큰 즐거움을 안겼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는 한 배우가 있었다. 명예를 위해 왜곡 보도도 서슴지 않던 송차옥 역의 배우 진경은 ‘피노키오’가 건진 최고의 보석이었다.
‘피노키오’ 속 진경은 ‘안단테(느리게 연주)’ 같은 존재였다. “팩트보다 임팩트”를 외치며 기자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편파적 보도를 서슴지 않고 사건까지 조작하며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악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극 중 친딸인 최인하(박신혜 분)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준 어머니상과 180도 다른 인물을 그려내 시청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따지고보면 명백한 악역이었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었던 건 진경이 그려낸 송차옥이라는 배역의 매력 때문이었다. 그는 옐로우 저널리즘 채널인 MSC 사회부 부장으로서 자부심 강한 여기자로 등장했다. “기자가 그런 질문밖에 못하나? 신선한 것 없나”를 입에 달고 다녀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베테랑이었다. 또한 최인하, 기하명(이종석 분)을 괴롭혀도 그 이유가 이해가 돼 안쓰러운 감정마저 유발했다.
그 매력이 더욱 빛난 건 ‘피노키오’가 후반부로 달려가면서부터다. 박로사(김해숙 분)와 유착을 끊고 그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안찬수(이주승 분)를 시켜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하고, 박로사 행동패턴을 파악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과정은 보는 이도 무릎을 탁 칠만큼 통쾌했다. 또한 자신의 명예가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당연한 인과응보로 받아들이며 “잘됐다. 그동안 너무 피곤했다”며 최인하를 안심시키는 장면에서는 여자가 봐도 반할 수밖에 없는 당당한 매력이 빛났다.
송차옥이란 매력적인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건 진경의 연기력 덕분이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마치 검증이라도 받는 듯 했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설정하며 그 어느 출연진보다도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다. ‘피노키오’의 흥행은 진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수긍이 갈 정도였다.
앞서 KBS2 ‘참 좋은 시절’의 철없는 단역배우 해주 역과 지성파 정신과 의사 영진 역으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건 ‘매력 방출’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간의 작품에서 인정받은 연기력으로 ‘피노키오’의 긴장감을 백배 높였고, 갈등 중심축으로서 활약도 굉장했다. 신스틸러를 넘어서 조수원·박혜련 사단이 발견해낸 진정한 보석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