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내 모든 걸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5년 만에 무대에 오른 서태지는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서고 싶어 했다. 숨겨졌던 자신을 대중들에게 내보이려는 그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고, 과거의 그를, 그리고 지금의 그를 기다리던 팬들은 서태지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1시간여를 함께 뛰고 호응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ChistMALO WIN)은 공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공연장 곳곳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할로윈 소품들은 물론, 유령, 마녀 등으로 분장한 이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사진=네이버생중계 |
#아이유부터 스윙스-바스코까지…세대를 넘은 콜라보
이번 앨범인 정규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선공개곡이었던 ‘소격동’은 앞서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으로 발매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실제 무대에는 소격동의 골목길에 위치한 계단을 연상케 하는 무대가 준비됐다. 먼저 아이유는 무대의 오른편에 마련된 계단에 앉아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반대편에 설치된 무대에 있던 서태지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특히 곡의 후반부에는 아이유와 서태지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며 세대를 넘어 선 콜라보레이션을 선사했다.
또한 힙합계의 대세 바스코, 스윙스도 게스트로 참여해 서태지의 공연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컴백홈’(COME BACK HOME)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스윙스의 프리스타일 랩을 통해 소개된 곡은 ‘교실이데아’다. 마지막으로 ‘하여가’까지 선보이며 현장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과거의 서태지, 그리고 지금의 서태지
연달아 노래를 부르던 서태지가 처음 팬들에게 건넨 말은 “보고싶었다”다. 연신 “좋다, 정말 좋다, 정말정말 좋다”를 내뱉으면서 감격스러운 마음에 여러 차례 말을 멈추기도 했다.
특히 그는 “너무 오랜만이다. 5년 만에 만난다. 너무 늦게 나와서 여러분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곡을 준비했다. 이제 내 모든 걸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며 ‘나의 모든 것’을 선곡했고, 이어 ‘시대유감’까지 부르면서 팬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선보일 곡들도 최초로 선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동화 같다”며 “나의 천 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봐 달라”면서 수록곡 ‘숲속의 파이터’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밖에도 서태지는 ‘너에게’ ‘널 지우려해’ ‘인터넷 전쟁’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 ‘해피엔드’(Heffy End) 등을 열창하며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사진=네이버생중계 |
#음향·무대·조명…말이 필요 없는 기획
오랜만에 컴백하는 서태지의 콘서트의 백미는 무대 기획력이다. 앞서 서태지는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위성 콘서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공연, 국내 최초의 도심형 록 페스티벌 ‘ETEPFEST’, 로열필하모닉과 함께한 ‘서태지 심포니’ 등의 공연을 통해 기획력과 기술력에서 최고의 평을 들어왔다.
이번 공연 역시 엄청난 스케일의 무대와 단일 뮤지션 공연 기준 최대 물량의 사운드 시스템이 준비됐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의 웅장한 사운드와 무대 연출, 그리고 무대 밖의 소소한 아이템들까지 적잖은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서태지는 레일을 이용해 관중 위로 할로윈 마차가 하늘을 나는 듯한 소품을 사용하는 등 다이내믹한 무대 연출을 선보여
특히 공연의 사운드에 특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Paul Bauman)이 직접 사운드 디자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 130대의 메인 스피커와 36대의 그라운드 서브 우퍼가 설치돼 어느 구역에 앉은 관객들에게나 강력한 충격을 안겼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