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 유어 달링’(감독 존 크로키다스)은 강렬한 사랑 이야기다. 흔히 뮤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대와 교감해 천재성을 이끌어내고, 사랑을 완성하려한 스토리.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크로니클’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데인 드한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앨런 긴즈버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앨런 긴즈버그는 1950년대 미국 문학을 이끈 비트 세대의 주요 작가. 비트 세대는 당시 주류 가치관을 거부하고, 사회•문화에 비판적 경향을 보인 이들이다. 미국을 뒤흔든 천재 문인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등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에 담겼다.
비트 세대를 이끈 이들 앞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운명이 갈리는 이야기는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이 영화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힘있게 밀어붙이는 감독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것이 특기할 만한데, 천재 작가를 만든 격동의 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과거 미국의 비트 세대는 반항적인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하지만 반항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의 다니엘이 이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미스 캐스팅은 아니다. 섬세한 그의 연기에 빠져들 만하다. 앨런을 자극하는 루시엔 카 역의 데인 캐스팅도 완벽하다. 퇴폐적인 눈빛과 이미지가 온전히 풍긴다. 닮아가는 두 인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또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놀라는 이가 많을 것 같다. 이제 귀여움은 찾아볼 수 없는 다니엘의 성인 연기에 매료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데인의 반항적이고 묘한 매력에 이성을 잃고 쓰러질 이도 있으리라. 혹은 두 사람 모두에게 그럴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쏟아내는 말들로부터도 매혹당할지도 모른다. 영문학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 그럴 것 같다.
영화는 시대 반항적인 것만으로는 표현 안 되는 정서가 녹아 있다. 서로 교감하고 흥분하는, 성적인 매력까지 쏟아내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오묘하게 작동한다.
우정보다 더 진해진 사랑 이야기, 낯설지만 아름답기까지 하다. 예술가의 뮤즈는 꼭 이성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다시금 일깨운다. 다니엘과 데인의 조합과 동성애 코드의 사랑 이야기만으로도 관객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킬 유어 달링스’(KILL YOUR DARLINGS)는 ‘너의 사랑하는 것을 죽여라’라는 뜻과 ‘사적인 감정은 죽여라’라는 뜻 모두 통용되는 제목이다. 앨런과 루시엔의 모습과 상황이 잘 녹아있다. 104분. 청소년관람불가.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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