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MBC가 지난 연말 ‘엄마가 뭐길래’를 조기종영 시키며 더 이상 시트콤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비롯해, 경쟁력 약화로 인해 시트콤은 2013년 현재,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선녀를 부탁해’, ‘닥치고 패밀리’를 통해 시트콤 고유의 정서을 이어온 KBS가 신년을 맞아 야심차게 첫 선을 보이는 시트콤은 바로 ‘일말의 순정’이다.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 순정만화’ 콘셉트로 중년의 푸른 사랑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겠다는 각오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KBS 2TV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극본 최수영 외/연출 권재영 강봉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권재영 PD는 시트콤의 현 주소에 대한 진단과 함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권 PD는 “우리나라에서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일 시트콤 장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일일 시트콤 장르는 만들기 힘든 장르다. 대한민국 사람의 저력으로 만들어낸 장르라 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PD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좋다는 게 시트콤의 장점인데,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가 시트콤이 드라마의 하위 장르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시트콤은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이 나와도 되는 혹은 돈을 좀 덜 들여도 되는 장르라는 생각이 시트콤의 퇴보를 가져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악순환이 되면서 시트콤이 점점 힘든 장르가 됐다”고 진단했다.
권 PD는 “하지만 시트콤은 드라마의 하위가 아닌 별개의 장르다. 시트콤 별개의 존재 이유가 있다”며 “드라마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표현 장르로 드라마와 예능이 합쳐진 모습으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말의 순정’에 거는 연출자의 기대는 그래서 크다. 권 PD는 “우리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연기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한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시트콤 연기는 본인이 가진 웃기는 캐릭터나 웃기는 설정이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확한 연기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진행돼야만 제대로 된 시트콤이 진행된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시청자와의 공감 포인트도 확실했다. 권 PD는 “‘일말의 순정’은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다. 몸에 상처가 나면 10대도, 40대도 아프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랑이나 연애라는 단어가, 마치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느껴지고 마흔이 넘어가면 더 이상 그런 감정을 가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어느샌가 하게 된다”며 “하지만 10대 자녀를 둔 사람들 그리고 그 나이대의 40대들도 여전히 사랑을 하고 사랑에 마음 아파한다. 아직 늦지 않은 10대 같은 40대의 만화 같은 이야기를 화면 속에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수영 작가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하루 종일 먹고 살기 바쁜데,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일말의 순정’이라는 제목을 정했다”며 “시청자 본인 혹은 최측근 중 우리 드라마 속 인물같은 사람이 분명 있을테니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말의 순정’은 학교 성적과 교우 관계, 짝사랑 등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어른보다 철든 고등학생들과 한창 일할 시기에 때이른 퇴직 걱정을 하며 10대보다 더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이 같은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 시트콤이다.
도지원 이재룡 전미선 이훈 김태훈 이원근 지우 한수연 권기선 등이 출연한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 45분 방송. 18일 첫 방송.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