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패트릭(브래들리 쿠퍼)은 역사 교사였다.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는 조울증과 과대망상증을 앓는 정신병자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아내의 외도현장을 목격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트릭은 이 충격적인 장면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고, 아내와 바람피운 동료교사를 죽일 듯이 팼다. 그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더 이상 아내를 만날 수 없었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 니키(브레아 비)지만, 패트릭은 그의 삶에는 니키 뿐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다. 그의 사랑은 집착이었고 강박이었다. 자신의 삶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니키라고 되뇌지만, 관계가 회복될 리 없다. 그는 아직도 과거 그 사건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남편과 사별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다가왔다. 친구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얼떨결에 만났지만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그 때부터 패트릭의 삶에는 변화가 생긴다.
티파니가 “나랑 잘래요?”라고 저돌적이게 덤빈 것도 패트릭이 티파니의 차가운 첫인상에 어딘지 모르게 끌렸던 것도 사실은 사랑의 시작이었다. 물론, 처음 그 순간에 그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겠지만….
두 사람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마주친다. 정신병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같이 달리는 패트릭의 조깅코스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티파니. 티파니가 보이지 않자 그녀를 찾는 패트릭. 두 사람은 서로 닮았다는 것을 잘 안다. 배우자에 대한 각기 다른 상처로 불안한 매일을 견디고 있는 두 사람이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두 사람은 오히려 서로의 상처를 헤집어 쑤셔댄다. 그것이 처음에는 아픔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차 치료제가 돼 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에는 ‘사랑조차도 서로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는 두 주인공의 담담하지만 슬픈 고백이 담겨있다. 하지만 패트릭과 티파니는 보란 듯이 요시모토에 반기를 든다.
되든 안 되든 음악에 몸을 싣고 동작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두 사람. 이들의 춤은 10점 만점에 5점이라는 심사위원의 평가대로 엉망일지 몰라도, 그들이 함께 춤춘 시간은 그들을 구원한 ‘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옷을 입고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지만, 그때 ‘힐링’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로 뒤통수를 친다.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밸런타인데이용 영화가 아니다. 커플이 없는 솔로들에게도 기꺼이 반가운 2월의 따뜻한 영화 한 편으로 추천한다. 122분. 청소년관람불가. 1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