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동원된 특집 프로그램 봤더니…
KBS는 11일 오전 9시 40분 아이돌 가수들이 트로트곡을 대결하는 ’대결 아이돌 가요무대’를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포미닛, 미쓰에이, 보이프렌드, 씨스타, 비투비, 써니힐, 백퍼센트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같은 날 KBS는 7시 20분 걸그룹 10명이 개그맨 10명과 커플 게임 방식으로 펼쳐지는 ’최고의 커플, 미녀와 야수’를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씨스타, 미쓰에이, 시크릿, 애프터스쿨, 티아라, 걸스데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 에일리가 출연한다.
MBC는 무려 약 150여명의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는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를 11일 오후 5시에 2부에 걸쳐 방송한다. 조권 양요섭이 전현무 이휘재와 함께 MC를 맡았으며 올해는 육상 뿐 아니라 양궁 경기가 포함됐다.
출연진으로는 샤이니, 2AM, 인피니트, 엠블랙, 씨엔블루, FT아일랜드, 카라, 티아라, 씨스타, 포미닛, 미쓰에이, 시크릿, 제국의 아이들, 틴탑, 에이핑크, 애프터스쿨 등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들 대부분이 출연한다. 출연자 규모만 150여명에 달한다.
9일 밤 12시40분에는 샤이니 멤버들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콘셉트의 ’샤이니의 어느 멋진 날’이 방송된다. 온유는 태국, 종현은 일본, 태민은 스위스, 민호와 키는 영국을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MBC 계열 케이블 채널을 통해 확대 편성돼 방영될 예정이다.
○ 특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이처럼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동원되는 프로그램의 제작은 한해에 세 번 정도로 설과 추석, 연말 가요제에 집중된다. 가수들은 길게는 한 달 전, 짧게는 일주일 전에 녹화 일정이 잡히게 되며 섭외는 약 2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특집이라는 명분으로 가수들에게 스케줄을 조율을 요청하지만 실제로 고정 프로그램 스케줄과 각종 행사 스케줄을 일일이 조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집 프로그램 녹화의 경우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아육대’ 처럼 하루 종일 시간을 빼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일정이 빡빡한 톱스타를 섭외하게 되면 녹화 일정이 갑작스럽게 조정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출연 여부를 놓고 소속사와 방송사가 갈등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 해진다. 올해 역시 ‘아육대’ 출연여부를 놓고 불참 아이돌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는데 MBC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일정부분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제작진 측이 “불참 사유에 대해 거짓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고 밝힌 것은 프로그램 출연이 방송사의 섭외가 ‘요청’보다는 ‘요구’에 가깝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 기실 출연 여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소속사(가수)의 판단일 뿐, 방송사에 거짓으로 불참사유를 댈 이유도 방송사가 이를 뒷조사 할 이유도 없다.
○ 방송국에 기대 있는 아이돌 가수의 생존 방식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실제로 ‘다른 스케줄이 있다’는 이유는 방송사 입장에서 핑계처럼 들리는 것 같다”며 “대부분은 기존 스케줄을 변경해 제작진의 요청을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설명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각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및 가요프로그램에 출연을 말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같은 똑같이 프로그램에 출연에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능 있는 아이돌 멤버라면 자신들의 요구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수 있는 가수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육대’ 제작진의 해명대로 ‘불이익’은 없을 수 있어도 선호도에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컴백을 앞두고 부상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도 몸을 던지는 프로그램에 묵묵히 출연해야 하는 입장이다.
가수들 입장에서도 방송사과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는 아이돌 가수의 태생적 한계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돌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할 법한 장르의 음악을 바탕으로 비주얼 적인 측면이 음악 못지않게 강조된 성향을 가진다. 이같은 조건들을 최대한 극대화 시켜 노출하는 방법은 각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 최선이기 때문. 실제로 5%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방송사 3사 가요 프로그램에 가수들, 특히 신인 가수들이 출연을 위해 목을 매는 것도 같은 이유다.
○ 방송국과 고리 나쁘기만 한 걸까?
가수들의 방송출연을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방송사 역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로, 출연자와 프로그램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수평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또 이미 수십년간 방송사와 기획사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고착된 것도 사실인 까닭에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문제는 실제로 퀄리티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느냐는 문제다. 아이돌 가수들을 모아 트로트를 부르게 하거나 섹시댄스를 추게 하고, 달리기와 양궁을 시키는 것이 참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극히 특정 팬덤을 대상으로 할 법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심야 시간대긴 하지만 샤이니가 해외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전 국민에게 보여줄 뚜렷한 이유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아이돌 가수의 예능 프로그램 섭외를 담당한다고도 불리는 가요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 비해 무대나 음향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밴드가 라이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음향 시스템 속에서 가수들은 무대에 오른다. 씨엔블루의 경우 최근 ‘아임 쏘리’(I’m Sorry)를 라이브로 선보였는데 이를 위해 소속사에서 자비를 들여 장비를 마련했다.
가요관계자들은 “현재로써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으나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공연시장에 하나둘씩 진출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