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싸이의 시청 앞 광장 공연 당일 김장훈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SNS를 통해 올리고 두 사람의 불화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두 사람은 10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 수입자동차가 주최한 행사장에서 만났다. 싸이는 이 행사에서 공연자로 초청됐고 김장훈은 예고 없이 행사장을 찾았다. 김장훈은 “다음 주면 미국에 가기 때문에 오늘밖에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며 싸이에게 화해를 제안했다. 싸이도 팬들을 걱정시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김장훈이 가져온 소주를 원샷 했다.
이번 사태는 몇가지 교훈을 남겼다.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하는 시간이었던 것.
한 기자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두 사람의 불화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된 이번 논란은 김장훈의 자살 암시글과 병원 입원 등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또 싸이가 김장훈의 병실을 방문해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내용이 보도 된 후 김장훈이 “언론플레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밝히며 두 사람 관계에 상당히 깊은 골이 생겼음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국내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전 국민이 싸이를 응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고 두 사람이 2년 넘게 친형제 만큼 가까이 지내온 사실을 지켜봐 온 대중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김장훈은 결국 “몇년간 한국을 떠나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고 그 책임의 화살은 싸이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이 합동콘서트 완타치를 끝낸 후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 스태프를 빼앗았다’는 전후 맥락이 싹뚝 잘린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한쪽에서는 싸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싸이가 잘 되는 게 배 아픈 김장훈이 싸이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애초 이 논란은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 쉬쉬하고 있던 일이다. 이미 몇 달 전부터 김장훈은 기자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과 싸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숱하게 토로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의 갈등을 보도하지 않았던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내부적으로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를 곁에서 오래 지켜봐 온 대부분의 연예부 기자들에게 때론 불같은 면과 한 없이 여린 면이 공존하는 김장훈의 성격상 당장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용서하는데 어쩌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 이것이 알려졌을 경우 왜곡되고 확대 재생산 될 수 밖에 없는 인터넷 생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에게는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었다.
자살소동이 벌어진 것도 마찬가지. 매니저들이 애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과음으로 인한 해프닝이다”고 전한 것을 그대로 보도한 것도, 일부 SNS 글을 지운 것 역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김장훈의 고통을 더하면 더했지 덜어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자살이라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단어 하나가 평생 100억이 넘는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세계에 독도를 알리며 전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김장훈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인간적인 바람 때문이기도 했다. 또 그의 그날 하룻밤 어떤 행동을 했느냐는 사실 보다 그가 평생을 만들어온 진실이 더 지킬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김장훈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이번 일을 마무리 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만든 가장 화끈한 이벤트였지만 앞으로는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이벤트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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