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진전이 없다. 그냥 그렇게 남자의 짝사랑으로 끝인 것 같다. 소심하고 나서지 못하는 탓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화선의 전남편이 화선의 집을 찾아내고 화선과 조카 은아(김보라)를 괴롭힌다. 둘은 우발적으로 남자를 살해한다.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듣고 있던 남자는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머리 좋은 수학자는 두 사람을 위해 철저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고 경찰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며 수사망을 피하게 도와준다. 이때부터 긴박한 미스터리와 멜로가 영화 전체를 섬세하게 수놓는다.
미스터리 스릴러 ‘용의자X’는 섬세하고 촘촘하다. 단순한 살인처럼 보이게 만들고, 또 경찰이 남자의 전 부인인 화선을 찾아와 사건을 마무리 하려는 게 싱겁게 끝나는 것 같더니 그 이면에 엄청난 비밀을 숨겨놓고 있다. 퍼즐 마지막이 완성됐을 때 소름이 끼칠 정도다.
물론 감독은 장면 장면에 문제 해결의 힌트를 준다. 클로즈업되는 시계, 메모, 노숙자 등을 배치했다.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고, 스릴이 넘친다.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석고의 마지막 반전에 깜짝 놀라는 동시에 만족하고 울컥하는 이들이 꽤 될 것 같다. ‘용의자X’는 제목을 ‘완전한 사랑’으로 하려고 하기도 했다.
석고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면 그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류승범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그간 내지르는 연기에 익숙했지만 그가 선사하는 낮게 깔리며 읊조리는 대사와 그가 풍기는 내면 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관객을 속이는 그의 마지막 반전을 기대해도 좋다. 조진웅과 이요원도 힘을 제대로 분산시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깔끔한 맛이다.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이 원작이다. 방은진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에 많게 각색하고 결말에 변화를 줬다. ‘오로라공주’(2005)로 제25회 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방 감독은 치밀한 구성을 가진 미스터리와 충격적인 완전한 멜로를 섞은 영화로 또 한 번 관객을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119분. 15세 관람가. 18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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