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은 물러났지만, 불안정한 대기로 인해 국지적으로 강한 소나기가 종종 내린다.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지기 전, 할머니가 "무릎이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이처럼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은 비 오는 날씨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이유는 뭘까?
퇴행성관절염은 말 그대로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게 된다. 관절을 오랜 세월 사용하다 보니, 관절을 움직이는 인대와 근육이 약화되고 연골세포의 손상과 함께 연골 마모현상이 심해져서 발생하는 것이다.
강남베드로병원 정형외과 권영삼 원장은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비가 오면 무릎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것은 낮은 기압과 높은 습도가 관절 내 조직과 신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날씨에서는 대기 압력과 관절 내부의 압력이 서로 평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대기압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관절 내부의 압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하고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높은 습도도 통증 원인이 될 수 있다. 관절에 좋은 대기 중 습도는 50% 내외다. 그런데 장마철에는 대기 중 습도가 최대 90%까지 올라간다. 습기가 체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하게 하며 통증을 일으킨다.
지나친 에어컨 사용 역시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는 해로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온도가 내려가면 관절막이 수축되고, 아픈 관절 주변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호주 라트로베대학 연구팀은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으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30%가량 증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ogy'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의 92%는 날씨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48%는 증상에 따라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습도, 온도, 대기압 등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환인 퇴행성관절염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증상 초기에는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다. 특히 물리치료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치료이다. 물리치료는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켜 줌과 동시에 관절 내 염증 반응을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시킨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 시행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은 마모되고 손상된 관절을 특수소재로 제작된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일단 회복 기간이 지나면 통증이 말끔히 사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간혹 수술한 부위가 따끔거리거나 멍멍하다고 표현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이런 증상은 인공관절이 인체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권 원장은 "퇴행성관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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