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규모 큰 이머징마켓일수록 강달러 현상에 취약…"순수출국은 잘 이겨낼 것"
↑ 미국 달러화 / 사진=연합뉴스 |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로 전 세계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머징마켓은 물론 유럽과 같은 선진국도 강달러의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지만, 상대적으로 순수출국들은 큰 위험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이란 경제력이 성장함에 따라 자본시장이 급성장하는 신흥 국가들의 시장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을 말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WSJ 달러지수는 올해 상반기 8.7% 올라 2010년 이후 상승폭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21일까지도 WSJ 달러지수는 1.4% 추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같은 WSJ 달러지수 고공행진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자들이 달러화에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통화들이 커다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달러화만큼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유로화조차 지난주 '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져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같은 달러화 강세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지난달 연준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7월 내로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추가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경제 구조가 약하고 시장 크기가 작은 다른 국가들의 자본시장에 불안감을 느껴 미국 시장으로 쏠리는 것 역시 달러화 강세 현상의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미국의 주식과 채권 시장에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적으로 유지 및 야기되고 있다는 겁니다.
↑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우크라이나 지폐들 / 사진=연합뉴스 |
한편, 국제금융협회(IIF)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이머징마켓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무려 40억달러(한화 약 5조 2,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로빈 브룩스 II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제외한 이머징마켓의 순유출 규모는 과거의 거시경제 위기들 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대다수 이머징마켓들은 자금 유출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진행되며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나라들은 달러화 강세 현상 속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절하돼 갚아야 할 채무가 실질적으로 늘어나 특히 더 위험한 상황을 맞게될 수 있습니다. 부채 위기와 인플레이션의 '콤보' 충격으로 지난 5월 디폴트에 빠진 스리랑카가 이러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이외에도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 역시 더 큰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이날 II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콜롬비아와 같은 나라들의 달러 표시 부채는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어선 반면, 아시아와 유럽의 일부 국가는 그 비율이 2% 미만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즉, 자국의 경제구조가 취약한 이머징마켓일수록 강달러 현상에 쉽게 휘청이게 된다는 겁니다.이에 마르셀루 에스테바우 세계은행 글로벌 거시경제·무역·투자 국장 역시 "달러 표시 부채가 큰 모든 나라가 걱정거리"라며 우려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국 정부는 외화로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자국 통화 절하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 순수출국들은 강달러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