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매경 DB]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일 매일경제 논설실과 가진 줌 화상 인터뷰에서 "전기차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는 "누가 전기차로 자율주행을 해낼 수 있느냐고 관건인데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기 때문에 1000조 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 센터장은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를 구매한 운전자가 차를 쓰지 않는 시간에는 로보 택시로 활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는 비즈니스 모델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 센터장은 하루에 차를 몇 대 만들지 않는 전기차 회사 리비안의 시총이 현대차의 3배에 육박하는 120조 원에 이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리비안에 투자한 효과가 크다고 했다. 그는 "리비안이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테슬라와 맞짱을 뜰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주주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라고 했다. 반면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내연기관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는 버려야 할) 좌초 자산이 많다는 점 때문에 시총이 낮게 평가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최경선 논설실장을 비롯한 매경 논설위원들이 고태봉 센터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Q=전기차 회사 시총이 너무 높다는 거품론이 나온다.
A=전기차 자체는 대부분 평범하다. 전기차로 누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하느냐가 진짜 게임이다. 그 게임에 가장 앞선 회사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kWh(킬로와트 아워) 당 53달러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현재는 143달러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2만 5000달러짜리 전기차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 가격이면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동, 인도에까지 전 세계에 대량으로 팔 수 있다.
이 차에 카메라 8대를 달아 삼라만상의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게 테슬라의 계획이다. 데이터는 구매자의 동의를 얻어 수집하니까 합법이다.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자체 개발하는 슈퍼컴퓨터 '도조'로 분석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Q=자율주행 로보 택시도 나올 수 있게다. 차 구매자가 자신의 차를 로보 택시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A=테슬라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A가 출퇴근 시간 2시간만 차를 쓴다고 해보자. 테슬라 네트워크는 나머지 22시간 동안 이 차를 로보 택시로 활용하겠다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반값 요금만 적용해도 하루에 150달러를 벌 수 있다. 보험료와 타이어 교체 비용까지 온갖 비용을 공제해도 1년에 4만 2750달러를 벌 수 있다. 30%를 테슬라가 가져간다고 해도 소비자는 3만 달러를 벌 수 있다.
Q=자율주행은 자동차 외에 다른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
A=자율주행 기술은 로보타이제이션의 끝판왕이다. 사람 목숨이 달려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해낼 수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무인화를 이를 수 있다. 도심항공교통을 비롯해 장갑차, 탱크, 농기계, 건설 등에 진출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로봇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현대차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차 회사로 보면 안 된다.
Q=하루에 차 몇 대를 생산하지 않는 리비안 시총이 100조 원이 넘는다. 이거야말로 과도한 거 아닌가.
A=아마존과 리비안의 연결이 핵심이다. 아마존은 LA 모터쇼에서 리비안 차를 보게 된다. 매혹 당해 지분 투자를 하게 된다. '아마존+리비안'의 시스템은 테슬라 시스템과 유사하다. 아마존은 이미 죽스(Zoox)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업 3개를 갖고 있다. '키바 로봇'으로 풀필먼트 센터의 물류 작업을 처리한다. 테슬라처럼 위성사업도 한다. 테이터를 분석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일인자다. 클라우드에 올라온 엄청난 규모의 테이터를 탁월하게 분석한다.
현재 아마존은 리비안의 전기차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을 자동화하려고 한다. 리비안의 전기차에 아마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얹겠다는 것이다. 배달은 키바 로봇으로 할 수가 있다.
Q=차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기만 해도 차를 새로 산 거 같은 '사용자 경험'을 할 거라는 얘기가 많다.
A=소비자들은 OTA(무선 업데이트)가 안되는 차는 사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용량의 80% 이상 쓰게 되면 과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보자. 지금 같으면 차를 리콜해 일일이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 차처럼 중앙 집중화식으로 프로그램돼 있으면 다르다.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용량의 70%까지만 쓰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그만이다.
이런 자동차를 '소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라고 한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함으로써 차가 점점 똑똑해지는 것이다. 소비자는 차가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Q=전기 차나 자율주행 차가 대세가 되면 기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게 분명해 보인다.
A=차가 중앙 집중화식으로 프로그램 되면, 부품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통제할 권한을 잃게 된다. 완성차 업체가 그 권한을 갖게 된다. 부품회사에 "그냥 기계만 납품해라. 소프트웨어 관련 전기·전자는 우리가 하겠다"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1만 원짜리 부품 가치가 3000 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필요한 부품 수가 훨씬 적기까지 하다.
Q=현대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현대차는 발등이 불이 떨어져 있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인 앱티브와 손잡고 '모셔널'이라는 회사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족하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까지 참여하는 '한국형 어벤저스'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 랩스에는 자율주행 사업부와 로보틱스 사업부가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가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과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Q=중국 전기차 회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A=중국은 전기차 배터리를 한국보다 싸게 만든다.
[정리 =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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