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니치향수 업체 팝업스토어에서 하는 퍼포먼스 [사진 = 하서빈 인턴기자] |
건네받은 칵테일 잔에 시트러스 향기가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알싸한 향에 취했다해도 마시는 것은 금물. 칵테일 잔에 든 것은 다름아닌 바디워시 제품과 얼음, 물을 섞어 거품을 내고 향수 한 두 방울을 섞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고가 해외 향수 브랜드 팝업스토어. 하루에도 수차례 이같은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2030세대들이 특히 열광한다. 100mℓ 짜리 향수가 20만원이 넘는 고가 상품을 파는 매장이지만 이미 예상보다 20%를 넘는 매출액을 이 곳에선 올리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회사 젊은 직원들 선물로 준다며 한번에 200만원어치 향수를 사간 사장님도 있었다"며 "20만원이 넘는 고가 향수지만 선물용으로도, 자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도 요즘 인기다"고 말했다.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니치향수 업체 팝업스토어 [사진 = 하서빈 인턴기자] |
1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000억원대를 돌파한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올해 5369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보복심리가 분출하면서 명품 등 각종 럭셔리 상품 소비가 늘자 니치 향수 수요가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니치 향수 판권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니치 향수는 대중적인 일반 향수에 비해 가격이 2~3배 가량 비싸지만 최근 희소성, 고급스러움으로 '남들과 다른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판매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니치향수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올해 1월~5월 첫째주까지 매출은 전년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딥티크 매출은 47% 늘었고 바이레도는 24.5% 성장률을 기록했다.
니치향수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한섬, 삼성물산 등 패션 대기업들은 서둘러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더 럭셔리한 상품들로 각축전을 벌이자 니치 향수 가격대도 최근 20만원대에서 30~40만원대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하남점에 위치한 샤넬 뷰티매장 모습 [사진 = 하서빈 인턴기자] |
신세계백화점 하남점 뷰티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코로나로 마스크를 항상 끼다보니 소비자들이 자기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으로 향수를 택하는 모습"이라며 "향수는 상품마다 제각각 냄새도 다르고, 소비자들 성향에 따라 고르는 상품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말했다.
특히 니치 향수는 명품 가방이나 의류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프리미엄 향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의 소비 대상이 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나를 위한 소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니치향수의 경우 명품 구매를 시작하는 엔트리 상품 격으로 많이 사가는 추세다"고 말했다.
MZ세대들 사이 '플렉스(Flex)) 문화'도 니치 향수 인기에 한몫을 한다. 플렉스 문화란 MZ세대에서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니치 향수'로 검색시 수만개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니치향수 브랜드 #니치향수급 #니치향수 구매대행 #니치향수홀릭 #니치향수가 대세 등 연관어 역시 수십 개가 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SNS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종 명품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은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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