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존엄사 대상이었던 김 할머니의 호흡기가 제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입법화를 둘러싼 진통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규해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지 한 달.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며 삶의 경계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던 김 할머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심치성 / 김 할머니 맏사위
-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되셨고, 표정이나 모든 것들이 이전의 장모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굉장히 안정된 상태입니다."
이런 김 할머니의 상태는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입법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먼저 존엄사의 대상을 둘러싼 문제입니다.
병원 협회 등이 존엄사 대상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만, 종교계는 물론 법조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칫 자살을 방조하거나 자살을 돕는 범죄 행위마저도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 인터뷰 : 박영식 / 의료전문 변호사
- "삶을 단축시킨다 의미가 있습니다. 죽음을 도와준다는…그러면 그것은 자살 방조의 법률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살인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법률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허용될 것인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 안락사 등으로 혼용되고 있는 용어도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습니다.
김 할머니의 장기 생존이 보여주듯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문제도 쉽게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의료계는 현장에서의 판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와 종교계는 다각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인터뷰 : 허대석 /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 "의료의 특성상 불확실성의 부분을 피할 수 없거든요. 그걸 어떻게 사회적 안전장치를 가지고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존엄사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가운데, 입법화를 위한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도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됩니다.
mbn뉴스 정규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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