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태블릿 PC를 구매한 A씨는 집에 돌아와 제품을 켜보고는 깜짝 놀랐다. 전원 버튼을 켜 부팅이 되는 것까지 눈으로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알고보니 부팅만 무제한 반복되는 '벽돌 태블릿'이었던 것이다.
당근마켓 조사 결과 판매자는 계정을 돌려가며 고장난 태블릿만 수십대 가량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일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10대인 판매자 부모의 호소에 환불만 받고 합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 [사진 제공 = 당근마켓] |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사기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과 모바일,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사기로 인한 상담건수는 19만4549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8년(16만 5909건)과 비교해서는 무려 17%나 늘어난 규모다.
포털사이트 커뮤니티부터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까지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는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 발생한 누적 사기피해가 각각 2만705건, 5508건으로 파악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사기는 대금을 받고 잠적하는 사례다. 특히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실명이나 휴대폰 번호보다 중고거래 앱 자체 채팅을 통한 거래를 선호해 잠적 시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고거래 플랫픔 관계자는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됐을 때 무작정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판매자가 계정을 바로 삭제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 재포장 수법에 계정도 도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사기도 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편의점 택배함에서는 중고거래 상대방에게 보내려던 1000만원대 고가 시계가 사라졌다. 범인은 구매를 약속했던 사람이었다. 판매자에게 택배 거래를 유도한 뒤 편의점 근처에 있다가 별다른 잠금장치가 없는 보관함에서 물건만 빼 달아났다.
사기 수법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거래 지역이 제한된 당근마켓에서는 계정 도용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도록 다른 지역에서 대신 로그인을 해주겠다'며 이용자에게 접근, 전화번호 등을 가로채 사기에 악용하는 수법이다. 당근마켓은 피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기기에서 로그인한 이용자에게 별도의 주의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도록 했다.
미개봉 상품 중고거래도 눈여겨봐야 한다. 재포장 수법이 점점 정교화되면서 개봉 상품을 미개봉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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