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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파리스는 공약에 묻어 있던 독을 알았을까?

기사입력 2021-02-26 11:01 l 최종수정 2021-02-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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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그림입니다.

◆ 등장 인물은 누구?

그림 속 여자 3명은 모두 여신입니다. 왼쪽부터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 - 나뭇가지 올빼미와 메두사 머리가 달린 방패가 상징합니다. 가운데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 뒤에 날개 달리고 활 통을 멘 아들 에로스가 있죠. 가장 오른쪽 여신은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 공작새가 그녀를 상징합니다.

이들 셋을 두고 맞은 편에는 황금 사과를 손에 든 목동이 바위 위에 앉아있고, 뒤에는 네이버 로고 같은 날개 달린 모자와 뱀 두 마리가 장식된 지팡이를 든 사나이가 있습니다.
목동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이고, 뒤에 남자는 제우스의 전령을 맡은 신 헤르메스입니다.

◆ 세 여신은 왜 인간 앞에 섰나?

우선 이 그림이 묘사하는 상황 직전은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결혼하는데 초청을 받지 못해 기분이 나빠진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불청객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황금으로 만든 사과를 하나 던집니다. 문제는 황금 사과에 적힌 문구….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서로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며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가 싸움을 벌였습니다. 한참을 다투다 제우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가름해 달라고 찾아갑니다.
남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는 원칙 하나는 제대로 알고 있던 제우스는 이 폭탄을 인간 세상으로 던집니다.
바로 트로이의 왕자면서 남자 가운데 가장 잘생겼다는 칭송을 듣던 '파리스'에게 심판을 시켰습니다.

◆ 꿀 발린 공약들

황금 사과를 든 파리스 앞에서 세 여신은 꿀이 발린 '공약'을 늘어놓습니다.
아테나 "네가 전쟁에 나서면 무조건 이길 수 있게 하고 그 승리의 명예를 줄게"
헤라 "부귀영화와 권세는 어떠니? 내 약속 하마"
아프로디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랑 결혼시켜 줄게"

세 가지 공약을 받은 파리스는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사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 버려져서 시골 목동으로 살다가 동네 님프랑 결혼해 살고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 트로이 왕자로 복권된 상태였습니다.
여기부터는 제 상상입니다. 목동으로 살았으니 전쟁에 대해 잘 몰랐을 테고, 부귀영화와 권세는 이미 목동에서 왕자로 신분이 수직상승했으니 체감 효과가 좀 떨어졌겠죠. 이미 유부남이던 파리스는 "그래 요정이랑 한 번 살아봤으니 이번엔 세상 최고 미녀랑 살아볼까"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건넵니다.

◆ 공약을 지키면 다 아름다울까?

자~ 공약은 이뤄집니다. 아프로디테는 최고 미녀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파리스와 맺어줍니다. 공약이 이뤄졌으니 행복할까요?

유부남이 유부녀와 눈맞아 자기 고향 트로이로 들어가 버렸으니 눈 뒤집힌 남편은 대군을 이끌고 트로이로 쳐들어갑니다. 결론은 트로이는 쑥대밭이 됐고 파리스의 아버지와 형은 물론 자신도 목숨을 잃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노예가 되죠.

사실 파리스도 세 여신의 공약을 들었을 때 이런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겠죠. 공약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혹하지 않습니까? 무엇을 선택해도 행복한 결과가 떠오르죠. 하지만, 파리스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유부녀였을 줄은 몰랐을 테고, 자신의 선택으로 전쟁의 대참화가 빚어질 줄은 더더욱 몰랐을 겁니다.

◆ 꿀인 줄 알지만 독 발린 공약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상당한 공약을 들고 나옵니다. 특히 눈길을 끌고 표심을 잡기 위해 더 충격적인 약속을 하죠. 사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아주 파격적인 공약에 일단 관심을 뺏깁니다. 고만고만한 약속은 그동안 늘 들어왔던 거라 세지 않으면 잘 느낌도 오지 않습니다.

7조인지 28조인지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는 공항도 등장하고, 도로를 덮어서 그 위에 아파트를 올린다는 공약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트로이의 멸망처럼 그 약속이 지켜지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변수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유부남에게 가장 예쁜 여인을 주겠다는 약속처럼 아주 부적절한 상황인데도 유권자는 혹하기도 합니다.



이제 곧 서울과 부산 시민에게 황금사과가 손에 들려질 예정입니다. 누군가에게 전달해야겠죠. 그리고 그들은 약속을 할 겁니다. 그동안 유권자는 약속을 안 지키는 것만 비난했는데, 사실 허황된 약속이 지켜질 때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명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성철 경제부장 / fola5@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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