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놀란 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7년 5개월 전 제가 임기 시작했을 때 취임사랑 연임했을 때 취임사하고 요즘 상의회장으로서 말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거의 변화가 없이 똑같습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기업 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 기대, 현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소회라면 아마 변해야할 것들이 더 변해야 되는게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정도가 있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송년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임기 내내 '냄비속의 개구리' 이야기를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를 인지 못하고 적시에 따라가지 못하면 감당 못할 '덩이'가 돼 오는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며 "특히 사업과 경제를 떠받치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이를 뒤쫓지 못하고 되레 기업을 옥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기업규제 3법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 반영을 해주겠다고 국회가 얘기해서 공청회도 했고 토론회도 했는데 입법 결과는 그렇게 됐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이미 법률이 통과됐으니 제도 보완책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평법, 화관법 등 기회만 있으면 거론이 되는 법에 대해서 과잉입법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너무나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니 개별법 차원에서 좀 고려해주고 이번 통과 3법에 대해서도 하위 시행규칙 등에서라도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해버릴 때는 무력감을 느낀다"며 "특히 이번 '경제3법'의 경우에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덧붙였다.
국회 출입이 필연적으로 잦을 수 밖에 없던 박 회장은 "국회를 찾는 장면이 하도 나오다보니 TV에 국회가 나오면 손녀가 '어 할아버지 회사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천상 '손녀 바보 할아버지'의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둔 대표 사례는 규제 샌드박스다.
그는 "코로나19에도 대한상의가 정부와 같이하는 샌드박스를 통해 어려웠던 일이 풀린다고 소문나니 청년 창업가들이 찾아와 세상에 없던 신기술도 출시가 됐다"며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200여일 일했는데 해결된 건이 매주 평균 3건 정도인 총 84건, 신청서류를 줄 세우면 상의회관서 국회까지 거리인 6.5㎞에 달할 정도로 호응도 크고 성과도 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 한해 경제를 되돌아보면 롤러코스터 탄 거 같다는 기분이 든다"며 "특히 3월에는 위기감이 커서 경제가 붕괴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고 회고했다. 위기는 기회다. 디지털·비대면·바이오 산업 등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는 "신 산업에 대한 관심, 일하는 방식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에 대한 저항이 줄고 수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 같다"면서도 "이에따라 좋은데는 더 좋아지고 덜 좋은데는 더 나빠지는 양극화 문제가
때문에 기업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더 이상 성장과 수익이 기업하는 일을 합리화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투명성, 합리성, 일부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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