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매경출판] |
볼보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SUV 열풍'을 타기 위해 경쟁력 높은 SUV를 잇따라 출시, 이 같은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는 지난해 1만570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24%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24만4780대)가 전년(26만705대)보다 6.1% 감소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더 커진다.
볼보는 사실 1990년대까지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이끈 삼두마차였다.
그러나 경쟁차종들이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편의사양을 앞세워 까다로워진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을 때 볼보는 '안전과 실용'이라는 굴레에 묶여 차별된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해 2선으로 물러났다.
절치부심한 볼보는 '안전과 실용'을 추구하면서 디자인과 편의성을 향상시켜 2010년대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볼보코리아가 지난 2014년 이후 6년 연속 2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1만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올들어서도 볼보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1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볼보는 전월(765대)보다 44%, 전년동월(860대)보다 28% 증가한 1100대를 판매했다.
볼보코리아가 월 기준으로 1000대를 돌파한 것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이다. 1월 수입차 브랜드 톱5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볼보 성장세를 이끈 모델은 SUV 라인업인 XC레인지다. XC40, XC60, XC90으로 구성된 XC레인지는 지난해 6023대가 판매됐다. 볼보 전체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한다.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볼보 차종은 XC60이다. XC60은 지난해 2969대가 판매됐다. 지난 2017년 국내에 공식 출시된 XC60은 '토르의 망치'로 이어지는 새로운 패밀리룩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성능을 암시하는 다이내믹 디자인 키워드를 반영해 중형 프리미엄 SUV의 벤치마커로 자리잡았다.
브랜드 최초로 '2018 올해의 월드 카(World Car of the Year 2018)'에 선정되면서 우수한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XC60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상만 80여개에 달한다.
볼보 열풍을 넘어 '볼보 신화 재창조'를 이끌고 있는 XC60은 한국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볼보 LA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정현 디자이너다. XC60 메인 디자이너인 그는 볼보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는 '안전하기만 한 차'로 여겨졌던 볼보를 '안전하고 섹시한 차'로 바꾼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이정현 디자이너는 2017년 6월 방영된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에게는 볼보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 세계 3대 디자인스쿨 유학생, 볼보 주력 모델 메인 디자이너 등 화려한 수식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볼보 그리는 남자>(매일경제신문사)에 담았다. 그는 책에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뒤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 과정, 볼보에 입사하기까지 겪어온 시행착오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 실력을 커버하기 위해 남몰래 단어장을 만들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라 밥 안 먹고 잠 안 자며 프로그램을 독학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3개월짜리 프로젝트에 영혼까지 갈아 넣었지만 불경기로 입사가 취소된 적도 있다.
그는 볼보에 들어가 10년을 보내면서 볼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볼보는 안전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회사다. 사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 중 부딪칠 수 있는 사람은 물론 동물까지 고려하고 바다에 표류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차를 만들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개선시킬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회사다.
볼보는 인종, 나이, 직급, 기여도, 남녀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동등한 개인으로서 일을 하는 분위기로도 유명하다.
때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고, 역차별
'볼보 그리는 남자' 이정현 디자이너는 '신화 재창조'에 나선 볼보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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