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정부의 약속이죠.
그런데 정작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공공기관이 물품을 발주하는 조달청의 나라장터만 봐도 중소·벤처기업은 명함을 내밀 기회조차 없거든요,
정주영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첨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 중소기업.
수상 실적이 보여주듯 기술력을 인정 받았지만 공공기관에 납품할 길은 막막합니다.
공공기관이 특정 외산 소프트웨어를 지정해 입찰 공고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제안서조차 제출할 수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벤처 소프트웨어 업체 임원
- "정부가 국산 소프트웨어를 장려한다고는 하는데, 공공기관들은 유명 외산 제품만 입찰 공고에 콕 집어서 명기하고 있고…. 국산 제품들은 경쟁에 설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습니다."
사실일까?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살펴봤습니다.
특정 외산 소프트웨어를 적시한 사례가 수두룩하고 심지어 한 국책연구기관은 태블릿 PC가 아닌 아이패드를 사겠다고 입찰 공고를 내 국내 대기업마저 배제했습니다.
▶ 인터뷰(☎) :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 "태블릿 PC가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아이패드로 했으면 좋겠다는 원내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라는 품목을 명시…. "
정부의 입찰·계약 집행 기준을 살펴보면 이렇게 특정 상표나 규격, 모델을 지정해 입찰에 부치는 걸 제한하고 있습니다.
조달청에 문의한 결과, 개별 공공기관이 낸 입찰 공고를 조달청이 감독할 권한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 인터뷰(☎) : 조달청 관계자
- "위법성에 대한 검토를 우리가 할 권한이 없어요. 그냥 집(나라장터)만 빌려 주는 거예요."
공공기관의 뿌리깊은 외산 선호 현상과 조달청의 무관심 속에 입찰 단계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국내 중소기업들.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jaljalaram@mbn.co.kr]
영상취재 : 이종호·박인학 기자, 김영환 VJ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