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레고 창작전시회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8'에서 김성완 작가가 출품한 '스타워즈 트렌치 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성완(44·사진) 하비앤토이 대표는 '스타워즈 트렌치런' 디오라마(피규어를 활용한 축소모형)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높이 1m, 폭 2.7m를 자랑하는 이번 작품의 콘셉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에 나오는 데스스타 공격 작전이다. 박진감 넘치는 영화 속 장면 재현을 위해 들어간 레고 브릭만 10만여개. 팀원 2명과 함께 조립을 했다.
지난 14일 레고 창작전시회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8'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해줬다. '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작품 사진을 찍던 관람객들은 옆에 있는 그를 알아보고선 "레고 작가다"라며 김 대표 역시 사진에 담았다.
'레고 작가'. 정확히 말하면 김 대표는 레고 공인 작가(LCP·LEGO Certified Professional)다. 레고 본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딱 16명만 인정을 한 LCP다. 지난해 한국에서 레고 작품 전시회를 열어 큰 화제를 모았던 미국 변호사 출신의 네이선 샤와야도 LCP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올해 한국인 최초로 LCP로 등록됐다. 수많은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꿈의 자격증'으로 통하는 LCP가 돼 좋은 점부터 물었다.
"레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죠(웃음). 덴마크 레고 본사 디자이너들이 작품 설계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를 저 역시 쓸 수 있어요. 제가 만든 모든 작품에 레고 로고를 붙일 수 있고요."
신청 4년만에 정식 LCP가 된 그를 지원하기 위해 레고 본사에서는 담당 직원을 따로 뒀을 정도다. 구하기 어려운 브릭도 본사에 특별 요청을 해 구할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굉장히 저렴한 값"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 김성완 작가의 작업실 모습 [사진출처 = 김성완 작가 인스타그램] |
"매일 야근하는 삶이 미래까지의 내 삶의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심 끝에 사표를 냈죠." 김 대표가 말했다.
본업을 포기하고 택한 레고 창작 활동은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카이스트 재학 시절 만든 레고 동호회 '브릭인사이드'를 18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전산학과 출신답게 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매된 레고 제품 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 해 브릭인사이드에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덕분에 브릭인사이드는 국내 최대 회원수를 자랑한다.
그런 브릭인사이드를 통해 레고 작품 의뢰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레고코리아나 대형마트 완구점 등에서 새 점포를 열며 필요한 레고 모형 제작 의뢰였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각종 발표나 전시에 필요한 모형 제작을 부탁했다.
"가령 상하수도 설계를 위한 모형이나 건축물 모형 또 공항에 설치할 모형, 돌하르방 스테츄 등 레고 모형 수요는 무척 다양해요. 이런 모형은 다른 재료로도 표현할 수 있긴 하죠. 그러나 레고가 주는 특별함이 있으니까요. 아이돌 팬들로부터 무대 모형 의뢰도 꽤 들어와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은 거죠."
어느 순간 그의 앞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제작 수량과 작업량은 더 이상 아르바이트 형태로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에서 의뢰하는 작품의 납품 기한은 최대 한 달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 하기에는 도저히 버거웠다.
2008년 레고를 이용한 모형, 스테츄, 디오라마 등을 전문 제작하는 하비앤토이를 차리게 된 이유다. 브릭인사이드를 통해 알게 되고, 창업 마음이 맞은 몇 명의 멤버들과 함께였다. 취미생활을 업으로 삼게 된 이른바 '덕업일치'를 이룬 김 대표. 누구나 부러워할 만했다. 성공한 덕후로서의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봤다.
↑ 레고 평화의 문 디오라마 [사진출처 = 김성완 작가 인스타그램] |
국내 최초 LCP로 부품 조달이 한결 수월해진 김 대표는 앞으로 자체 제작한 작품 전시 기회를 더 많이 가질 계획이다.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호응을 해줄 때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LCP가 되기 전에도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요. 이제부터는 제가 원하는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기업이나 의뢰자가 원하는 작품을 하느라 제작비나 작품 콘셉트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브릭 컨벤션에 전시한 '스타워즈 트렌치런' 이 저희 팀이 처음 소유한 작품이에요. 의미가 정말로 크죠. 기업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관련 사진도 마음대로 찍어 SNS에 올릴 수 있었고요(웃음).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과 레고 창작 문화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겁니다."
불과 수 년 전 만해도 국내에서 레고 창작 작가는 매우 드물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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