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을 위한 맞춤형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공무원 연금 수령 시기가 2033년이 되면 65세로 늘어나 정년(60세)에 비해 '5년의 격차'가 생기는 만큼 퇴직 예정 공무원들의 재취업과 재능 기부 활성화를 위해 직무별 맞춤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7일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는 지난 8월 직종별 퇴직공무원 적합 사회진출 분야 발굴 및 전직교육 코스맵 개발'이란 연구 용역을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일반, 기술, 연구, 교육, 경찰, 소방, 우정, 기타 특수직 등으로 직무를 세분화한 뒤, 맞춤형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골자다. 인사처 관계자는 "단순 재취업 교육뿐만 아니라, 단체나 협회 재능 봉사, 강연, 마을기업 및 사회적기업 참여, 귀농·귀촌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유형화해 퇴직 예정 공무원에게 제공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퇴직 예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천안상록리조트, 수안보상록호텔 등 4~5곳에서 매년 약 1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직 교육을 하고 있다. 이는 정년 퇴직자 기준 약 65%인데, 이마저도 1회성(4박 5일) 프로그램에 그치고 있다. 정년을 7년 앞둔 한 공무원은 "공무원 선배들을 보면, 격무에 시달리는 과에 재직하고 있으면 퇴직 예정 프로그램을 이수하는데 눈치가 보여 프로그램에 참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교육 내용 역시 형식적이었다.
교육은 크게 보아, 미래설계 과정과 전직설계 과정으로 나뉘는데, 미래설계 과정은 기본 과정으로 은퇴 이후 건강 및 자산관리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전직 설계는 재취업, 귀농·귀촌 등으로 나뉘지만 직무별로 구분해서 교육을 하진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퇴직 예정 5년 이내 공무원이 교육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퇴직을 1~2년 앞둔 실무자급(서기관, 사무관)이 많이 교육을 이수하러 온다"며 "진작 이런 교육을 미리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귀띔하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직무별로 교육과정을 세분화해 교육의 내실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이 근로를 통해 월 평균 약 23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깎인다"며 "전직 교육이 활성화되면 연금 재정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에 퇴직일로부터 3년 간 취업 할 수 없으며, 이를 원할 경우 정부 취업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지난해 공직을 마치고 평창 동계올림픽서 자원봉사를 했던 강영철 전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퇴직 후에도 국가에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 자리가 있다는 것을 듣고 알음알음 지원했었다"며 "이 같은 재능기부, 자원봉사 목록이 체계화되면 퇴직 예정 공무원의 재능 기부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7급 출신 50대 서기관 역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만일 체계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좋은 취지다"며 "인생 2모작을 잘 설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잘 설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겉만 요란할 뿐, 그다지 내실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년이 몇 년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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