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4년만에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가운데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정공법'을 꺼내든 셈이다.
현대차는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854만주를 소각한다"며 "종전에 보유했던 자사주 5600억원,추가 매입 후 소각하는데 4000억원을 쓰는 등 총 9600억원 규모로 소각이 이뤄진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소각되는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 총수의 3%다.
자사주 소각은 통상 주주들에게 회사 이익을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주식수)과 주당 배당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각 시점은 종전 보유 자사주는 7월 27일로 예정됐고 매입 후 소각할 자사주는 매입 완료 시점으로 설정했다.
이날 엘리엇은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현대차 지주사 전환을 재차 강조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격 대상에 올렸다.
엘리엇은 "지주회사 전환시 금융 자회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법률 준수 문제에 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언급에 주목한다"며 "그런 우려 때문에 해당 문제가 법률에 따라 2년 유예기간 내에 해결돼야 함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엘리엇 방안을 따르면 (비금융 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에 이같은 요구는 부당하다"며 현대차에 힘을 실었다.
엘리엇 요구대로 현대모비스·현대차를 합병한 뒤 지주사로 전환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를 자회사로 둬 금산분리를 원칙으로 한 현행법을 위반하게 된다. 다만 2년간 금융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소각 결정은 지난 2014년 이후 이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며 "일부 해외투자자의 지배구조개편 반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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