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총수일가 (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사진제공 : 연합뉴스] |
한진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개인 물품을 구입한 뒤 회사 물품으로 속여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직원 증언이 터져 나오자 총수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일 다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사들인 개인 물품이 수시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품은 특수화물로 분류됐으며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의미하는 '코리안에어 브이아이피(KIP·Koreanair VIP)' 코드로 취급됐다. 반입 물품은 가구를 비롯해 명품 드레스 등 의류, 인테리어 소품, 식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일가의 물품은 개인 물품임에도 대한항공에서 업무용으로 쓸 물품을 뜻하는 '인터널 논 레비뉴(INR·Internal Non Revenue)' 코드를 받아 분류됐다고도 한다. INR 물품은 회사 안에서 지점·부서 간 주고받는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따로 운송료를 매기지 않는다.
이런 주장은 한진 일가가 해외 지점을 통해 명품 등 물건을 구입한 뒤 승무원을 통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한진가의 평창동 자택으로 들여온다는 제보에서 한층 더 나아간 내용이다. 직원들은 한진 일가가 들여온 물건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카메라 부품과 와인,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가구를 주로 들여왔다. 차녀 조 전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LAX)을 통해 특정 브랜드의 애완견 사료와 소시지 등을 들여오는 일이 잦았다고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직원들은 제주도 제동목장 계란, 양배추, 대만 사과대추, 스페인 요거트 등등 구체적인 식품과 의류 브랜드 등도 있었다고 귀뜸했다. 이들은 총수 일가가 개인용품뿐 아니라 지인들의 물건도 대한항공 직원을 시켜 '지상직원→객실직원→지점직원'의 경로를 이용해 보내곤 했다고 언급했다.
한 직원은 "이런 상황을 직접 봤는데 (물건을) 대한항공 쇼핑백에 담아 조심조심 (기내에 있는) 코트룸에 싣고 날랐다"며 "이건 대한항공이 아니라 '땅콩택배' 같았다"고 토로했다.
총수 일가가 구입한 물품을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들여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정일의 대한항공 수입화물 취급정보를 보면 총수 일가가 들여온 물건이 수입 일반화물로 잡혀있었다. 품명에는 항공기 부품을 뜻하는 영문 '에어크래프트 파트(AIRCRAFT PART)'라고 표기돼 있었다. 항공기 부품은 관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세 품목 중 하나다. 직원들은 "개인적인 용도로 구입한 물건을 회사 물품이나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비를 내지 않고 관세를 피한 정황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밀·반입이 오래전부터 이뤄졌다면, 관세 당국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 직원은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관세 등 관련 업무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라운지 서비스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편의를 받고 가까운 관계를 맺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이들이 각종 편의를 봐주지 않았는지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 일가 관련 비위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배임, 탈세 등 의혹 말고도 회사 경영, 항공기 안전관리 등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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