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입덧은 임신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로 활용된다. 입덧은 임신부의 50~80%가 겪는 증상이다. 하지만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기쁨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치부되기에는 큰 고통이 따르며, 심하면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괴로운 생리현상 중의 하나다.
임신 초기인 4~8주에 시작해 16주 정도가 지나면 없어지는 입덧은 많은 임신부가 경험하는 주요 증상이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만 임신에 의한 호르몬 분비상태의 변화가 큰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신하면 먼저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는데,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융모라는 조직이 발생하게 되고 이 융모는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융모성선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이 호르몬이 구토 중추를 자극해 입덧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임신 10주에 입덧도 가장 심하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시기인 임신 12~13주에서 입덧도 줄어든다.
이와 함께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나 입덧에 대한 공포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입덧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치 않던 임신이나 남편의 무관심, 첫 임신으로 임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임신부는 입덧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으며, 신경질적이며 예민한 성격의 여성에게 더 잘 일어난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진찬희 교수는 "임신 기간에는 최대한 마음을 편안하게 갖도록 하며 남편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도 임신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람마다 생리구조가 다르듯, 입덧의 증상과 정도도 여성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음식물 냄새, 담배 연기, 생선 비린내로 갑자기 비위가 상하면서 식욕이 뚝 떨어지거나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를 하는 게 입덧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또 식욕이 떨어지거나 먹는 즉시 토해버리기도 하며 갑자기 신 것이 먹고 싶어지거나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았던 음식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 침이 많이 나오고 숨이 가쁜 증상도 입덧 증상에 속하는데, 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입덧의 정도도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임신부는 아침이나 공복때 가볍게 메스꺼움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심한 사람은 음식냄새만 맡아도 구토해서 음식을 아예 먹을 수 없다. 1주일에 두세 번 정도의 입덧은 음식을 조절하고 휴식을 취하면 되지만 구토가 심해서 탈수 증상이 나타나며,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실 수가 없고 토하기만 하고, 중심을 잡을 수 없을 정도라거나 체중이 줄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서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진찬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입덧이 가라앉는 임신 12주 정도에는 태아가 30~40g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모체에 축적되어 있는 영양만으로도 충분히 발육할 수 있지만, 입덧이 장기간 지속되어 임신부가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태아의 영양이 불량해질 수 있어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입덧을 할 때는 영양이나 식사시간 등을 걱정하지 말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 된다. 신경을 쓰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덧기간 중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입맛 당기는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입덧이 더 심해지므로 공복상태로 있지 말고 간단한 크래커나 카스텔라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냄새가 싫어서 음식을 가까이 하지 못할 때는 더운 음식보다 찬 음식을 먹는 것이 냄새가 적어 한결 먹기 편하며, 입덧으로 구토를 하면 수분을 보충해주어야 하는데 지나치면 위장 기능이 저하되므로, 물 대신에 얼음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B6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야채, 대두를 먹으면 자율신경 조절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구토를 완화해 주고, 돼지고기, 쇠
그러나 염분이 많은 음식은 임신중독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특히 인스턴트식품이나 이미 조리된 음식은 염분이 많으므로 지속적으로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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