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업체의 선대 확보를 지원하고 국내 선·화주 사이의 상생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해운업 재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운업체의 선대 규모 확장 지원 방안,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와 탄력적 운임제도의 도입을 비롯한 선·화주 상생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 발표에 앞서 정부는 의사결정이 끝난 정책부터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가 해운업계와 수출입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서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해양수산부·한국선주협회·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3일 '상공-무역-해운 상생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전에도 선·화주의 상생을 이끌어내기 위한 MOU는 수차례 맺어졌지만, 결국 손 잡고 사진 찍는 것으로 끝났다"며 "이번 MOU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번 MOU는 지난 2016년 12월 해수부·선주협회·무역협회가 결성한 상생협의체에 대한상의를 추가로 들이기 위한 것이다. 이미 수출입업계와 해운업계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수출입화물의 국적선사 적취율(컨테이너 기준)은 여전히 10~20%에 머무는 것으로 해운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한 교수는 "선·화주를 지분 관계로 엮여 상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주가 국적선사의 주주가 되면 수출입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이 늘어날 수 있다. 선사의 수익이 주주인 화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서면 현대상선 주식을 매개로 선·화주 사이의 상생을 추진하는 실질적 조직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국내 선사들이 협력해 통합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지금도 현대상선·장금상선·흥아해운(HMM+K2)와 근해선사들의 연합인 한국해운연합(KSP)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의 협력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연근해 운송 화물을 더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근해선사들은 영업력이 밀리지는 않지만, 선대 규모가 작은 탓에 가격 경쟁력이 열위"라고 우려했다. 통합의 수준을 높여 선박 자체의 크기를 키우면 아시아 역내 운송 시장에서 글로벌 선사들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양·연근해 선사와 수출입 기업들을 아우르는 동맹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 교수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미 K라인, NYK, MOL 등 일본 3대 해운업체는 컨테이너선 사업을 통합해 원(ONE)이라는 해운연합체를 결성했다. ONE의 선복량은 약 15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단숨에 세계 6위의 컨테이너선사가 됐다.
해운재건을 위한 협력을 실행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단번에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선주·화주·조선소가 상생하는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컨테이너선사의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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