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 존엄사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내달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달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남길 수 있다"고 24일 밝혔다.
연명의료란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미래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하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한 환자가 작성한다.
말기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를 말한다.
작성된 의향서와 계획서는 내달 4일부터 연명의료정보포털(www.lst.go.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당사자는 언제든지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의향서나 계획서를 통해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실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사망이 임박했다는 병원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계획서나 의향서가 모두 없고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평소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면 연명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환자의 의향을 가족을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면 가족 전원합의로 유보·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친권자가 그 결정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본격 시행에 대비해 작년 10월 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시범사업을 한 결과 임종과정 환자 54명이 실제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했다.
54명 가운데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유보·중단 이행은 27명,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은 23명,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은 4명이다.
성별로는 여성 28명, 남성 26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명의료를 유보·중단한 환자 중 47명은 사망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말기·임종기 환자는 107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성인은 9336명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연명의료 대상 시술 추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시점 확대, 호스피스환자의 임종기 판단 기준 완화 등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
다만, 무연고자나 가족이 있더라도 교류가 없는 경우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서는 생명권에 관한 대리 결정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추후 논의키로 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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