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지나친 `병기 낙관` 인식…"의사-환자, 소통문제 개선해야"

↑ 암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 의료진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제공 = 삼성서울병원]

암환자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상태와 완치 가능성에 대해 실제보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신동욱 암치유센터 교수가 박종혁 충북대병원 충북지역암센터 교수·국립암센터 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결과 환자들의 63%, 보호자들의 65.9%만 병기에 대해 각각 의사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13일 밝혔다. 병기는 암의 진행 상태를 말한다.
치료를 진행하는 목적이 완치인지, 증상 완화·생존기간 연장인지에 대해서도 의사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 비율이 각각 69%와 70%에 불과했다.
완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자의 41.4%, 보호자의 45.1%만이 각각 의사와 같은 수준으로 응답했다. 의사와 생각이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료 결과를 더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환자의 기분을 고려한 의사가 병에 대해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긍정적 부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낙담한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포기할 것을 우려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의 말을 잘못 받아들여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의사의 설명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때가 있어서다.
신동욱 교수는 "암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본인의 기대와 희망을 투영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태도는 투병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확한 상태를 모르면 치료 효과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갖기도 힘들고, 위험한 치료를 선택하는 등 환자가 더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의 진료·상담에 대해 정부에서 충분히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짧은 진료시간에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암환자들의 주요 고비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상담·진료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전국 13개 암센터에서 환자와 보호자 750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도출한 이번 연구결과를 최근 정신종양학지(Psycho-oncology)에 발표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