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중인 기업 25곳이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중인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종업원 450명 이상 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패소시 지연이자와 소급분 등 추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설문에는 35곳이 참여했으며 추가비용부담 항목에 답변한 기업은 25곳이다. 이들 25곳의 추가비용부담액을 합하면 8조367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부담이 지난해 인건비의 절반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도 4곳이나 됐다.
아울러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해 상여금과 각종 소송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상되면 통상임금 평균 인상률이 64.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에도 상당한 부담이 발생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들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시 과도한 인건비 발생 외에도 인력운용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유사한 추가 소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 진행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소급지급과 관련한 신의칙(신의성실원칙) 인정여부(6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상여금과 기타 수당의 고정성 충족여부(28.6%)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임금 소송이 벌어진 이유로는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범위 불일치'(40.3%)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고정성 신의칙 세부지침 미비'(28.4%)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재계는 이르면 이달 말께 이뤄질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은 당초 지난 17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원고명단 오류 정리작업을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신의칙 인정 여부는 기업의 재무상황 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환경과 미래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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