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 넥스트'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삼성 넥스트는 26일 들리지 않는 소리를 이용한 정보 전송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인 '모비두(Mobidoo)'에 15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전략적 협력을 실시하는 조직인 삼성 넥스트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삼성넥스트는 그간 인공지능(AI) 개발을 맡고 있는 '비브랩스'를 비롯해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등 최근 삼성에서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인수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그동안 없었다. 이번 투자규모는 크지 않지만 삼성 넥스트가 국내에도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아이디어나 기술은 있지만 제대로된 투자를 받지 못해 좌절했던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넥스트가 앞으로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한국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계속 커지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투자한 모비두는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 영역인 비가청 음파를 활용해 결제와 인증, 마케팅 솔루션을 개발하는 신생 스타트업체다. 2014년에 설립돼 전체 직원이 7명 밖에 안되지만 이번에 삼성 넥스트를 비롯해 롯데멤버스, 캡스톤파트너스에서 총 15억원을 투자했다. 손쉬운 결제 솔루션 기술을 이미 상용화시켰을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블루투스, NFC(근거리무선통신), 와이파이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한 기존 솔루션과 달리 모비두는 비가청 음파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만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앞으로 삼성넥스트를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업체인 벤쳐스퀘어의 김태현 대표는 "그동안 삼성이 미국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며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을 일으켰던 코스닥시장처럼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잠재력만 놓고 적극적인 투자와 조언을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넥스트는 2012년 하반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돼 미국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했다. 실제로 2014년에는 미국 사물 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인 '스마트싱스', 2015년에는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2016년에는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를 인수하는 등 유망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인수 합병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전세계적인 창업열풍이 불면서 투자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 삼성 넥스트 사무소를 열어 신기술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이 있는 국가에 지속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포함된 셈이다.
삼성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삼성 넥스트 펀드'를 조성해 올해 1월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가상현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개발하는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런 분야에서 투자가 활발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을 시작으로 국내의 다른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강점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과 자동차 회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협력사와 다양한 제품군,
[송성훈 기자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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