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희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 = 순천향대서울병원] |
CD 장염은 CD균이 배출한 독성 때문에 설사, 발열, 혈변, 복통 등을 유발하는 병이다. CD균은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유익한 미생물 수가 적은 환자의 장 속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 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의 장에 넣어 유익한 미생물 수를 늘려주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태희(44)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다수의 신체기관에 문제가 있는 고령 환자가 CD 장염까지 앓아 대장 조직이 괴사되면서 사망이 우려되자 대변이식술을 시행해 상태를 호전시켰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태어나서 세 살 때까지 형성된 장 속 미생물 균형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여든 살까지 유지된다"며 "위장관 질환의 80% 이상이 몸 속 미생물 균형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 속 1000여종 100조개에 이르는 미생물들은 ▲효소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발효 ▲병원균 식별 ▲면역반응 유도 등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1000여종은 크게 다섯 문으로 분류되는데 페르미쿠테스, 박테로이데테스, 방선균류, 프로테오박테리아, 우미균류가 그것. 이 교수는 "페르미쿠테스와 박테로이데테스가 장내 미생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도 "다른 종류의 미생물도 양은 적지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몸 속 미생물의 종류와 양이 줄어들면 균형이 깨진 것으로 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원인에 대해 그는 "의학적으로 위장관 감염과 항생제 복용이 미생물 균형을 흩뜨린다고 밝혀져 있다"며 "식단의 변화도 몸 속 미생물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 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면 먼저 알약으로 특정 미생물을 보충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대변이식술 시행을 고려한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믹서기를 활용해 식염수와 섞은 뒤 관장이나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장에 주입한다.
지금까지 CD 장염 환자가 대변을 이식받은 뒤 치료된 비율은 90%에 달하지만 여러 진료과 의료진들의 협진을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기존 약물 치료의 대안으로 쉽게 시행하는 치료는 아니라는 말이다. 몸 속 미생물 균형에 대한 연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변이식술에 쓰이는 대변 기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위장관 감염 병력은 물론이고 다운증후군과 같은 뇌질환을 앓은 사람도 기증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식할 대변을 저장하는 대변은행을 운영하는 해외에서도 기증 희망자 중 실제 기증을 하는 비율이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태희 교수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기능성 위장관 질환과 소장 출혈 및 종양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화·장연구학회·소화기항암학회 정회원이며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서 학술·홍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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