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 = 한경우 기자] |
탈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흔한 질병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한국인 다섯명 중 한명은 탈모를 앓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발, 탈모 기능성 샴푸 등 관련 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가장 흔한 진단명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안드로겐 탈모로, 전체 탈모 환자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병이 모두 진행되고 나면 이른바 '대머리'가 된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진료실에서 만난 이지현(40) 교수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숱이 줄어드는 탈모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40~50대까지는 탈모 증상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빨리 병원을 찾으라고 강조한 이유는 안드로겐 탈모로 줄어든 머리숱은 복원되지 않아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르테론이 변환된 안드로겐이 모근을 약하게 한다는 병의 진행 과정은 알지만,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안드로겐 탈모의 근본적 완치는 아직 불가능하다.
다만 남성호르몬이 안드로겐으로 변환되는 걸 막는 약물로 탈모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쓰이는 이 약이 탈모약으로는 비싸다는 점. 탈모 치료는 미용 치료로 간주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약값 차이가 최대 10배에 이른다.
또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성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한 의사는 최근 칼럼을 통해 이 약을 먹은 남성의 2~8%에서 성기능 저하가 나타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임상 경험상 성기능 저하를 겪는 비율은 더 적다"며 "(약효에 대해 아는) 환자들의 기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를 늦게 시작해 모근이 완전히 소멸되면 머리숱이 남아 있는 부분의 모낭을 옮겨 심을 수 있지만, 풍성한 머리숱은 기대할 수 없다. 이식할 모낭을 뽑은 부분에서 새로운 모낭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부에 있는 머리카락 수는 어차피 같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비어 보이는 곳을 가릴 뿐이다.
모낭이식술을 받은 뒤 옮겨 심은 머리카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안드로겐 생성은 평생 지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50세부터는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증상 초기부터 치료한 환자도 50대에는 대머리가 되는 걸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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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에서 학위를 받고 지난 2010년 피부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성빈센트병원에서 전문의 생활을 하고 교수가 된 뒤 서울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대한피부과학회 고시위원회, 보험 및 상대가치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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