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유럽에서 300만대가 넘는 디젤 차량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면서 국내 판매 차량에도 리콜이 취해질지 주목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18일(현지시간)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전 유럽에 걸쳐 유로 5와 6 표준 벤츠 디젤 차량 거의 전부의 엔진 소프트웨어를 무료 정비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차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판매된 것으로 벤츠 내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E 클래스, C 클래스가 주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리콜은 다임러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독일 검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실시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독일 언론은 다임러가 100만대가 넘는 디젤 엔진 차량 배출가스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와 마찬가지로 배출가스를 실험실에서만 줄여주는 장치를 장착했다는 주장이다. 조작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으면 인증 때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기준을 초과하는 유해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독일 검찰은 OM642, OM651 등 두 종류 엔진을 탑재한 차종에 조작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간주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는 "이번 리콜은 디젤 엔진 차량 운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임러는 "지난 3월부터 벤츠는 컴팩트카와 V-클래스 고객들에 대해 차량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리콜은 해당 서비스를 유럽 전역,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와 정부 당국도 다임러의 이번 포괄적 리콜 조치가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업 차원의 자발적 리콜은 국내에서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벤츠가 2008년 이후 생산한 유로 5·6 디젤 엔진의 국가별 규격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가 한국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으로 유럽과 동일한 유로 체계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번 리콜과는 별도로 지난 3월 독일 검찰이 배출가스 기준을 어긴 혐의로 벤츠차 100만대를 조사 중인데, 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한국에 들여온 11만대를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11만대에 해당되는 차량의 엔진은 QM642, QM651 두 종류로 총 47종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신형 E 클래스'를 제외하고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대부분 디젤 차량에 해당 엔진이 장착돼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문제의 11만대 차량에 대해 "독일 검찰에서도 불법이 확인이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불법이 확인이 되면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불법성 확인 전엔 가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OM642는 350d 엔진으로 불리는 6기통 3ℓ 디젤엔진이다. 벤츠 대형 세단 S 클래스 중 S 350d, E 클래스의 E 350d,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GLE 350d 등에 사용된다. 이 엔진을 사용한 차량 2만3000여대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된 것으로 전해졌다.
OM651은 220d 엔진으로 알려져 있는 4기통 2.2ℓ디젤엔진이다. 국내에 수입된 C 클래스와 E 클래스 디젤 세단에 탑재됐다. C 클래스와 E 클래스는 벤츠코리아 주력 판매 제품으로 이 엔진이 창작된 모델 약 8만7000대가 국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의 수사 결과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내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독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이를 토대로 재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환경부가 검찰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직접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예측된다. 2015년 디젤 게이트 발발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바 있다. 다만, 이것이 수입차 시장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벤츠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디젤 게이트 발발 직후
[윤원섭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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