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유선임제 하에서는 회사와 감사인(회계법인) 사이의 '갑을(甲乙) 관계'에 따른 (회계법인의) 독립성 부족으로 (기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감사를 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자유수임제를 제한하고 지정감사제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면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오는 19일 발표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 지정감사제 확대를 포함시켰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안진 회계법인의 유착으로 수조원대 회계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본시장 투명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새 정부의 감사제도 개편이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정기획위는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거의 가감 없이 담았다. 주가조작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올리고, 시세조종에 대한 손해배상 소멸 시효를 늘리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 관심이 쏠려 있는 감사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정감사제 확대'를 명기했다.
지정감사제란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할당하는 제도다.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바꾼 법인, 회계기준을 위반한 기업이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상장법인 177개사, 비상장법인 337개사 등 모두 514개사가 이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지정감사제가 확대 내지 전면 도입될 경우 상장법인 2099개, 비상장금융회사 2046개까지 총 4145개 회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지정감사제 확대를 위한 세부 실천방안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규제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정부안과 의원입법안 등 다수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운열 의원이 가장 구체적인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놨다. 최 의원은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에 대해 감사인을 자유로이 선임한 경우 이후 연속하는 3개 사업연도는 감독당국이 감사인 지정하자"며 '6+3' 안을 제시했다. 여당 의원 발의안인 만큼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새 정부의 뜻에 동조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정감사제를 9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하자"며 "주권 상장법인과 금융회사는 9개 사업연도 중 연속하는 3개 사업연도에 대해 1차례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의무화하자"고 지난해 11월 같은 법 개정안을 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주권 상장법인과 금융회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명한 감사인을 선임하라"고 했다.
금융위는 소관 부처로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면 자유선임제에서 기업들이 갖는 가격 협상력이 사라져 수임료 부담이 커지고, 감사인 간 경쟁이 사라지거나 약화되면서 감사 품질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지정감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사례도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1월 자
[조시영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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