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합의(horrible deal)'라고 지칭하면서 '재협상(renegotiating)'을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차 파리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비보도를 전제로 가진 기내 간담회였으나 백악관이 하루 뒤인 13일 간담회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고 발표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며 "힐러리가 일자리와 돈을 챙길 수 있는 협정이라고 했지만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잃는 끔찍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재협상을 막 시작했다. 이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철강부문 무역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철강 수출이 큰 문제다. 수십년간 미국 철강산업을 파괴해 왔다"며 "수입할당과 관세조치, 둘 다 해서 문제를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도와준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우리가 중국에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FTA 개정 요구로 시작된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압력은 한미FTA 개정 요구 뿐만 아니라 경쟁 정책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빌미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은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불복, 14일 법원에서 공정위의 처분이 기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달 초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공정위 제재가 한미 FTA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한국이 '무역·투자 장벽'이 심하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논리를 준비해온 미국측의 추가적인 압력 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서울고법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서동철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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