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만에 원전 11기(원전 1기=1GW)만큼의 전력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을 확 뒤집는 것을 보고 암만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이럴 수가 있나 싶어 깜짝 놀랐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의결하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난 13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 수요전망 분과가 203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을 7차 계획(2015~2029년)보다 11.3GW나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 전문가는 "과거에도 기본 계획을 짤때가 되면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 과잉이라며 발전소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긴 했다"며 "진보 성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같은 정치·이념적 상황이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2015년 6월 발표된 7차 계획 당시 전력수요를 예측했던 민간 전문가 그룹과 지난 13일 8차 계획 전력수요 전망 초안을 내놓은 민간 분과위원들의 면면을 비교해보면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김창식 성균관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등 3명은 두 번 모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다.
8차 계획 수요전망 분과는 7차 때와 동일한 전력패널 모형 및 거시 모형을 사용한 결과 2030년 최대 전력수요가 101.9GW로 전망했다. 이는 7차(113.2GW)보다 11.3GW 감소한 수치다.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장기 전력수요 전망치가 사상 처음 줄어든 것이다. 전력수요는 경제성장률을 기본으로 전기요금 명목가격, 소비 추이, 연료비 전망, 기온변화 요인 등을 두루 반영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70%)을 차지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차 때 연 평균 3.4%에서 8차 2.5%로 0.9%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전력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게 수요전망 분과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과 전력업계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계속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했는데 새 정부 들어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대 전력 사용량은 지난 2006년 58.9GW에서 작년 85.1GW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의로 전력수요 전망을 크게 낮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3일 브리핑에서 "고도 성장기 때와 GDP 2.5% 시대의 전력수요 패턴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 대해 학자적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 역시 "이전 정부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산한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을 대입했고, 7차 때 모형은 물론 추가적인 거시모형을 사용해 나온 결과"라며 "정부 정책기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국가 에너지 계획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가 참여한 가
한편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올해 말 전력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김진일 연세대 특임교수)가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6월 7차 계획이 의결될 때 위원장은 문승일 서울대 교수였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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