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상황이 인공지능(AI)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바로 그래픽 연산 유닛(GPU) 부문이다. AI의 기반 기술인 머신러닝이 각광받으면서 머신러닝 구동에 적합한 GPU가 AI의 필수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GPU의 거인인 엔비디아가 시스코의 전철을 이어 IT 업계의 신흥주자로 약진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대보정보통신과의 총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레이먼드 테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55· 사진)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범용연산용 GPU(GPGPU)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지만 너무 앞선 기술이다보니 시장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머신러닝에 GPU가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이 검증된 현재 전세계 AI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체결하고 GPU 칩을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잇달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협력한 기업들은 시스템, 솔루션, 서비스를 가리지 않는다. 테 총괄은 "구글, 애플을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자 아마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계와 도입을 고려하는 정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까지 모두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대기업과 현대기아차 등 자율주행을 준비중인 자동차 회사와 모두 AI 부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AI 열풍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첨단 기술의 경우 예전에는 북미지역의 개발현황을 아시아 국가들에서 궁금해했지만 이제는 북미에서 오히려 아태지역의 기술 현황이나 관련 논문을 챙겨보는 상황"이라며 "엔비디아의 지역별 매출도 이전에는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비중이 20%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50%를 넘었다"고 말했다.
테 총괄은 AI가 앞으로 아시아의 주도 속에 자율주행, 홈 오토메이션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머신러닝의 활용도는 수없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두 분야야말로 실제 사용자들이 변화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홈 오토메이션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홈 허브로 작용해 머신러닝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자율주행은 완전한 무인 자동차를 실현하기 위해
테 총괄은 "AI는 기술도 시장도 전세계적으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북미 주요 대학들과 엔비디아 인공지능 랩을 구성해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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